모스크바하면 떠오르는 것이 붉은 광장이나 성 바실리 성당이 있겠지만 또 한가지 독특한 것이 있다면 지하철역이다. 별명이 '지하궁전'인 모스크바 미뜨로(지하철의 러시아어)는 그 이름만큼이나 역사와 루머와 이용객이 길고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모스크바 지하철의 독특함은 어느 역을 가든 탄광에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아주 깊이 있는 역과 이 깊은 곳까지 쾌속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부터 시작한다. (다들 알다시피 2차대전때 방공호로도 쓰여 더 유명해졌다)
어마어마하게 깊다
처음 탈 때는 너무 빨라서 에스컬레이터에 발 내려놓는 박자 맞추기도 힘들지만 두어번 타고나면 어느새 적응한다. (꼬부랑 할머니들도 잘 타시니 못탄다면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조금 더 적응을 하게되면 빠르게 움직이는 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거나 걷기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 성격이 급하다고 하지만 러시아보다는 덜할지도 모른다.
모스크바에서 지하철을 환승하거나 공항 철도로 환승할 때는 바닥을 잘보고 다니면 된다. 한국에서는 벽에 환승하는 곳이 쓰여 있지만 모스크바는 바닥에 표시되어 있다. 한국과 다르게 환승되는 곳의 역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호선 잠실역과 8호선 잠실역이 한국은 동일하게 잠실역이지만 러시아에서는 2호선의 역 이름과 8호선의 역 이름이 다르다. 따라서 환승할 때는 역이름을 모두 외우기보다 갈아타야 하는 지하철 노선의 색상으로 환승하는 것이 편하다.
티켓 가격은 2016년 현재 아래와 같다.
- 1회권 50루블
- 2회권 100루블
- 20회권 650루블 (1회당 32.5루블)
- 40회권 1300루블 (1회당 32.5루블)
- 60회권 1570루블 (1회당 약 26.2루블)
무제한 이용권
- 1일권 210루블
- 3일권 400루블
- 7일권 800루블
- 30일권 2000루블
- 90일권 5000루블
- 1년치 18200루블
지하철, 버스, 트램 모두 탈 수 있다. 대략 1주일을 여행하고 호텔이 관광지(붉은광장)에서 멀어 지하철 이용이 필수라고 한다면 내가 사용했던 20회권이 가장 무난하다. 하지만 붉은광장에서 호텔이 가까워 걸어갈 수 있다면 20회권보다 1회권이 더 유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붉은광장 근처 호텔 가격이 4-50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런 곳에 지내는 사람이 과연 이 푼돈을 걱정할지도 의문이긴 하다.)
티켓 사는 법은 가격에 얼추 맞는 금액을 매표원에게 준 뒤 손가락으로 대충 표현하면 알아서 준다.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매표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행운은 아꼈다가 더 큰일에 쓰기를 바란다.
왼쪽은 급히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사람을 위해 다들 비워둔다.
티켓은 빳빳한 붉은 종이로 된 것을 받는데 게이트에 찍고 통과하면 된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주위깊게 보면 된다. 참고로 간혹 짐검사를 요구할 수도 있는데 그냥 짐이 크고 외국인처럼 생기면 하기때문에 너무 신경쓰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만약에 부정승차를 하게 된다면 얼마를 더 내는지 혹은 경찰서로 끌려가는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잡힌다는 것은 말해주고 싶다. 지하철 출입구를 지키는 사람, 부정승차를 확인하는 사람, 에스컬레이터에 문제가 있는지 CCTV를 확인하는 사람, 표를 파는 사람 이 네 개의 직업군은 무조건 있으며 일을 설렁설렁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서유럽에서 넘어올 경우 한 번쯤은 괜찮겠지란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간 진짜 화난 모스크바인과 독대하는 투어코스 혹은 리얼 모스크바 경찰서 구치소 투어를 할 지 모른다.
와이파이가 있지만 로밍을 하지 않아 문자를 받을 수 없다면 포기해야한다.
모스크바 지하철이 유별나게 지하궁전이란 별명을 얻은 이유는 지하철 실내 장식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지하철 역들은 그 나름대로 역사를 가진 미술품이라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미관을 자랑하고 최근에 지어진 역들은 현재 러시아의 디자인 수준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답게 만들어졌다. 단순히 동상 한 두개와 벽화 하나로 떼우는 수준이 아니라 대리석으로 도배를 하던가 조각상을 도배를 하는 식으로 역 자체를 하나의 미술관처럼 만들어 버렸다. 이 놀라운 곳 중에 내가 다녀온 곳들은 다음 포스트에서 사진만 줄줄이 이어 붙여서 올리겠다.
놀라지말자. 더워서 연 것 뿐이다.
모스크바 역 이야기에 이어서 실제 지하철을 탄 이야기를 하자면 처음에는 지하철 도착 시간에 놀라고 (2분 30초 안에 다음 열차가 무조건 온다) 엄청나게 굉음을 내며 빨리 달리는 지하철에 놀라고 위의 사진처럼 창문을 활짝 열어 갑갑한 실내를 쾌쾌한 지하공기로 환기시키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한국의 5,6,7,8호선에 비하면 상당히 낡았지만 우리와는 지하철의 역사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놀라운 모습은 지하철에 노인이 들어오면 그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 중 한 명이 무조건 일어난다는 점이다. 동방예의지국에서도 요즘 안보이는 행동이지만 모스크바 지하철을 타면서 항상 본 모습이다. 그리고 한국과 다르게 사람이 다 내리기 전에 타는 사람이 전혀 없다. (심지어 아줌마들도 다 내리고 탄다!!) 전에 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인 일리야가 한국의 안좋은 점으로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 그런 말을 해도 될 정도로 기본 공공질서를 상당히 잘 준수하고 있다. 무서운 러시아만 생각하고 왔던 나로서는 놀랄 수 밖에 없었고 한국보다 공공질서면에서는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미친 놈이 소리지르고 행패부리는 것을 봤는데 한국에서라면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정말 간담서늘하게 다들 노려본다. 물론 대부분 아줌마나 학생은 노려보며 옆 칸으로 피하지만 내가 본 케이스에선 노려보던 몇 명이 시비를 걸어 미친 놈이 다음 역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하철에선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러시아 사람도 털린다고 러시아 친구가 이야기 해줌)
PS: 러시아에서 지하철을 주로 타겠다면 Yandex Metro 앱을 받도록 하자. 러시아어와 영어 모두 쓰여 있어 발음을 알 수도 있고 일단 보는 것과 사용법이 상당히 편하다. Yandex map도 모스크바와 상트페레르부르크에서 굉장히 좋으니 (오프라인에서도 동작한다)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프라인 맵은 maps.me도 추천한다. 여러 나라와 지역을 다니는데 로밍이나 유심을 안샀다면 무조건 maps.m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