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젬베 수업을 위해 6시에 올렉을 만나 지하철을 타고 젬베클래스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워낙에 길눈이 어두워서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도착한 곳은 완전히 망해버려서 들어가기 싫은 버려진 공장이었다. 이런 공장들에 돈 없는 예술가들이 임대해서 쓰는 독특한 곳이다. 예술가와 돈은 어쩔 수 없는 관계인건가. 외관을 설명하면 이렇게 굉장히 음침한 분위기로 대변되지만 실내는 꽤나 제대로 되어 있어 심지어 경비실까지 있다. 방문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고 내부도 공장이라기보다 대학교 건물처럼 되어 있다. 반전의 매력을 가진 묘한 곳이다.
나를 참가해도 좋다고 허락해준 이보나(Ivonna)는 이 곳에 터를 잡은 프로 젬베 뮤지션이다. 겨우 150cm 넘을까 싶은 작은 키와는 전혀 다르게 사람 혼을 속 빼놓을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이보나의 최대 장점은 그녀가 가진 에너지가 아니라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다. 처음 온데다 러시아 말도 못하고 쭈삣쭈삣대는 나를 수업에서 재밌게 있다 갔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정말 많은 농담과 어드바이스로 처음하는 젬베를 즐길 수 있게 해주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이 쳐지지 않게 계속 독려하며 그 두 이질적인 그룹간의 호흡을 만들기 위해 한 시간 내내 이야기했다. 러시아사람이 아니라 에스토니아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째 좀 더 잘 웃는 것 같기도하고 신기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보나의 초급 클래스는 독특하게도 수업비가 간식으로 대체된다. 누구는 사탕도 가져오고 과자도 가져오면서 티타임을 동시에 하는 모임이다. 나는 여자친구한테서 제공받은 연양갱을 가지고 참석. (아재라 놀려도 연양갱이 맛나는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프리카 민속음악인 젬베를 치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둥둥둥둥!!" 손으로 치다보니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왜 올렉이 꼭 가자고 했는지 두들길 수록 이해가 된다. 서울에서 돌아가서도 해보고 싶지만 한국에선 연양갱가지고 수업을 들을 수는 없겠지. 나도 돌아가면 시간이 남아 돌텐데 간식거리를 제공받으며 간단한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는 클래스를 만들어 볼까.
(참고로 이보나는 중급반부터 수업료를 받는다)
녹색 옷이 이보나, 음악을 전공한 프로 뮤지션이다.
이보나의 젬베 클래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은 클래스가 끝난 뒤다. 약 한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다들 아무 악기나 집어 들고 알아서 음악에 맞추는 시간을 갖는데 누구하나 상대에게 뭐라하지 않고 알아서 박자를 하나로 맞추는 것이다. 음악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내가 신기한 악기들이 너무 많아 이것 저것 대충 쳐보는데 어느샌가 다들 그것에 맞춰 리듬을 만들고 있다. 타악기가 이렇게 매력이 있는지 전에는 몰랐다. 문득,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타악기인 장구가 생각이 나서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전 세계의 타악기를 모으는게 취미라고 하는데 사실 오늘 수업이 연양갱 하나의 경험보다 훨씬 커서 한국에 돌아가면 꼭 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장구가 얼마인지도 모른채...
그리고 실제로 꽹과리랑 장구를 보냈다는 훈훈한 이야기
수업이 끝나고 먹은 샤루오마. 올렉과 올렉 친구랑 먹었는데 다들 젬베했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길에서 또 젬베를 두들긴 뒤 밥을 먹으러 왔다.
경비
- 아침 삐쉬키 114R
- 물 65R
- 성 이삭 성당 250R 꼭대기 전망대 150R 오디오 100R = 500R
- 지하철 70R
- 저녁 샤루오마, 크바스 289R
총 경비 1038RUB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0,593RUB + $1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