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을 간단히 먹은 뒤 9시가 다 되어서 에르미타주 앞 광장으로 나섰다. 도시 탄생일이라고해서 회사가 쉬는 날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길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있다. 그간 보기 힘들었던 경찰들도 거리 곳곳에 배치되어서 질서 유지에 힘을 쏟았으며 그 사이에 몇몇의 길거리 아티스트들이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를 나타내는 깃발과 러시아 깃발등을 휘날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 등으로 점점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출입구가 두 군데 였는데 내가 간 방향은 출입을 통제했다.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열어주지 않을 것을 안게 30분간 왜 안열어주는지 짜증낸 뒤다.
30분을 엉뚱한 출입구에 서 있다가 겨우겨우 다른 입구를 통해서 들어왔다. 이미 눈 앞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으며 그 중 대다수가 관광객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러시아사람들이 많다. 최대한 비집고 무대 쪽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멀리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아... 어제 그 무용수들 진짜 이뻤는데.
드디어 시작!
다행히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멀리서 봐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스피커도 엄청나게 빵빵하게 터져서 음악을 듣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재미난 것은 한 명 한 명 나올 때 마다 사람들이 수근대면서 이야기를 한다. 평가를 하는건지 누구냐고 묻는건지 알 수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성악가가 조수미 한 명이란 것에 비하면 여기 모인 사람들은 상당한 식견들을 가지고 관람을 지켜보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미술, 음악, 무용이 현대적인 것부터 고전적인 것까지 모두 접하는 이 곳 사람들을 보니 문화적인 부분의 깊이가 얼마나 다른지 느껴진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곳의 특징이라면 개개인이 좋아할 수 있는 범주가 넓다는 것이다. 그런 차이들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다양성이 강조되는 현대시대에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점에서 난 현재 러시아가 군사적인 부분만 두각을 보이지만 곧 경제와 문화에서도 치고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경우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가수. 이름이 안나 뭐뭐뭐 였는데 이 사람이 노래를 하기 전이나 후에는 정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어제 연습한 것 춘다!
남자 성악가 두 명, 여자 성악가 두 명이 오늘 무대를 전부 채운다. 단 네 명일뿐인데 레파토리가 전혀 지겹지가 않다.
인형을 연기한 소프라노. 목소리가 정말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기가찼다. 나한테는 이 사람이 주인공이다.
5월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면 이런 공연을 공짜로 볼 수 있다.
한 두 시간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 시간이 지나도록 끝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많은 분들이 몇 분 쓰러져서 구급요원이 투입되는 일도 두어번 있었다. 다행히 다들 곧바로 정신 차리고 귀가하셨지만 신병 훈련소에서 사람 쓰러지는 것 이후로 같은 모습을 또 봤더니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난 뒤로는 너무 춥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길에서는 다른 장르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 모스크바 아르바트거리에서 만난 키노의 리더 빅토르 최의 음악이 이 거리에서 들린다. 한인이란 것을 굉장히 따지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준 단지 국적이 러시아인 한국 음악가이지만 이 사람들한테는 누구한테도 못주는 러시아의 정신같은 사람이다. 러시아의 음악적 자존심을 세워주고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 이 음악가와 키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하나된 목소리로 '혈액형'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소련이 굉장한 감시가 있었던 1980년 후반에 활동을 했음애도 불구하고 그의 가사는 목숨을 내놓고 부르지 않으면 안될 만큼 저항적인 노래다. 러시아 여행에서 키노의 음악이 들린다면 멈춰서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꼭 들어보길 바란다.
최근 윤도현이 한국어로 리메이크 했다. 왠만해선 윤도현이 더 전달력 없기 힘든데 원곡이 너무 좋아
혈액형 - 제9중대
Группа крови[그루빠 끄로비] 혈액형
1절.
Теплое место, но улицы ждут [쬬쁠라예 몌스따, 노 울리쯰 쥐둣]
따뜻한 곳, 그러나 거리는 기다린다.
Отпечатков наших ног. [앗삐차꼬프 브 나쉬흐 녹]
우리의 발자국을.
Звездная пыль - на сапогах. [즈뵤즈드나야 쁼-나 싸빠가흐]
구두 위에는 별의 먼지.
Мягкое кресло, клетчатый плед, [먁까예 끄례슬라, 끌롓차띄 쁠롓]
푹신한 안락의자, 체크무늬의 커버
Не нажатый вовремя курок. [녜 나좌띄 바브례먀 꾸록]
때맞춰 당겨지지 못한 방아쇠.
Солнечный день - в ослепительных снах. [쏘니치늬 젠-바슬례삐쩰늬흐 스나흐]
찬란한 꿈속의 햇볕 내리쬐는 날
후렴.
Группа крови - на рукаве, [그루빠 끄로비-나 루까볘]
소매위에는 혈액형
Мой порядковый номер - на рукаве, [모이 빠럇꼬븨 노미르-나 루까베]
소매위에는 나의 군번(순번?).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в бою, пожелай мне: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바유, 빠줼라이 므녜~]
싸움에서 나의 승리를 빌어다오, 나를 위해 빌어다오.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짜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지 않게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짜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지 않게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빠줼라이 므녜~우다치]
나의 승리를, 나의 승리를 빌어다오!
2절.
И есть чем платить, но я не хочу [이 예시찌 쳄 쁠라찌찌, 노 야 니 하추]
값을 치를 것(수단)은 있지만,
Победы любой ценой. [빠볘듸 류보이 쩨노이]
나는 값싼 승리따윈 원치 않는다.
Я никому не хочу ставить ногу на грудь. [야 니까무 니 하추 스따비찌 노구 나 그루찌]
나는 누구의 가슴도 짓밟고싶지 않다.
Я хотел бы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야 하쩰 븨 아스땃짜 쓰 따보이]
나는 너와 함께 남기를 원했다.
Просто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쁘로스따 아스땃짜 쓰 따보이]
단지 너와 함께 남기를.
Но высокая в небе звезда зовет меня в путь. [노 븨쏘까야 녜볘 즈볘즈다 자뵷 미냐 프 뿌찌]
그러나 하늘의 높은 별은 나를 길로 부른다.
경비
- 28일까지 방값 300R
- 점심 135R
- 다나 담배 사 준거 115R
- 저녁 95R
- 페테르 오는 버스 20E
총 경비 645RUB, €2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6,558RUB + $312.26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