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다행이도 감기는 안걸린 것 같다. 잠을 잘 때까지만 해도 으슬으슬 추워서 상당히 걱정했는데 점심이 가까워 질 때까지 꿀잠을 자고 나니 감기고 뭐고 컨디션이 최상이다. 어제 밤에 티무르가 오늘 점심에 시간 괜찮냐며 러시아 박물관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연락이 왔었다. 평일이라 시간이 안될텐데 어떻게 시간 냈냐고 물었더니 점심에 좀 늦게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아, 부럽다. 여기는 점심시간을 자유자재로 늘릴수 있구나.
몇몇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역 문은 철문이다
가는 길에 본 지하철 역이 정말 인상적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투명한 자살 방지용 문이 하나 더 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철문이다. 너무 황당해서 물어봤더니 자살 방지용이 아니라 물이 넘치지 못하게 하는거라고 한다. 겨울이되면 이 지역은 우기여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온다고 한다. 그 때 물이 들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철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비가 내리길래 문을 철문으로 만들기까지하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별로 없기에 지하철타고 헐레벌떡 러시아 박물관에 도착했다. 티무르가 말하길 "너가 표사면 할인 못받으니깐 내가 네 표까지 살께"라고 한다. 드디어 밝혀지는 러시아의 관광객용 특별가격이 나타났다. 어제 나이트 투어하면서 나는 돈 더 낸 것 같다고 하니 아마 그랬을 거라고 한다. 뭔가 이해는되지만 약간 짜증도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서커스 광대, 팔루미니. 니꿀린처럼 자신의 서커스단을 가진 유명한 광대이다.
현재 러시아 박물관에서 특별전으로 하고 있는 작품의 주제는 "서커스"이다. 모스크바에서 니꿀린 서커스를 못가봐서 아쉬웠는데 여기서 서커스 이야기를 들을 줄 몰랐다. (참고로 난 서커스를 좋아한다) 여러 작품들이 있었음에도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팔루미니'이다. 사실 누군지도 몰랐는데 티무르가 설명을 너무 잘해줘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러시아의 유명한 광대로 광대하면 떠오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니꿀린과 러시아 서커스의 투탑이었다고 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한다. 특히나 사회 비판에 대한 광대 퍼포먼스로 인해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독 팔루미니에 대한 작품이 많았다.
러시아 박물관은 실제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에르미타주가 외국인에게 점령당했기 때문에 제대로 구경을 못하는 반면 여기는 정숙이 유지되면서 사람들이 천천히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도 적다. 러시아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책으로는 봤는데 실제로 박물관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내 옆에 있는 티무르만 해도 작가와 작품에 대해 술술 이야기 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는데 정말 놀란다. 내가 국립박물관 간다고 뭘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도 태어난 나라인데 역사공부 좀 해서 외국인한테 설명은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확 준다.
예술분야에 종사하던가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에르미타주보다는 러시아 박물관이 훨씬 편하고 제대로 감상 할 수 있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들만 있지만 밀로비치, 칸딘스키처럼 예술에 무지한 나도 한 번은 들었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미술품에 대해 내가 할 말은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줄줄이 작품사진만 나열한다. 보다가 인상 깊은 작품 위주로 찍었는데 사진으로보니 느낌이 덜한게 사실이다. 아! 당연하지만 사진 촬영 가능하다. 덧붙여 왜 이탈리아나 프랑스 박물관들은 왜 사진을 못찍고 유리로 막아두는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티무르를 보면 이제 안놀랄 때가 됐는데도 또 놀란다.
Yevsei Moiseyenko
Ilva Privdin
Dmitry Zhilinsky, 액자 테두리에도 그림을 그린 것이 특이하다.
Natalia Nesterova, 모스크바에 있는 쁠로쉬찌레발류치아 역이다.
Alexei Sundukov, 작품명은 Queue다. 공산주의 시절 배급을 비꼬는 작품이라는데 1952년, 스탈린이 한창 잡고 있을 때, 이 정도의 깡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Arkady Petrov
Mikhail Vrubel
왕족 vs 공산당의 체스경기
Pyotr Konchalovsky
Paolo Trubetskoi
Pavel Filonov
Kuzma Petrov-Vodkin
Alexander Bubnov, 작품에 나온 사람이 그냥 농부가 아니라 공산주의를 위한 전쟁에 참가한 뒤 승전하여 땅을 받아 농사를 짓는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Kazmier Malevich, 그 유명한 말레비치
Kazmier Malevich
Kazmier Malevich
Kazmier Malevich
Wassily Kandinsky, 뭘 표현한건지 절대 알 수 없는 칸딘스키. 이 작품의 제목은 Black Spot I 다.
으흐흐 유일하게 갖고 싶었던 것
Andrei Ryabushkin
Arkhip Kuindzhi
Hya Repin
Vasily Polenov
Konstantin Savitsky
전쟁에 참가하는 슬픔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 꽤 오래 보고 있었다.
Fyodor Kamensky
Vereshchagin
여기도 푸시킨을 기리는 곳이 있다. 정말 러시아 사람들은 푸시킨을 사랑하는 것 같다.
Karl Brullov, 폼페이 최후의 날. 가이드북에도 설명되어진 유명한 작품이다.
Ivan Aivazovsky
티무르가 회사로 돌아가야했기에 다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확실히 같이 보는 사람, 특히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박물관 구경이 상당히 재밌다. 또 이렇게 신세 한 번을 더 졌다.
밖으로 나오면 푸시킨의 동상이 있다. 어딜가든 푸시킨은 있다.
경비
- 탈린 가는 버스 20E
- 점심 샤오로마 210R
- 지하철 70R
- 물 50R
- 마린스키 표 1350R
- 비행기표 $160
총 경비 1680RUB, $160, €2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5,931RUB + $312.26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