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있을 상트페테르부르크 탄생 기념 축제에 갈 생각에 들떴으나 막상 해가 떠 있는 낮에는 뭘 해야하나 막막하다. 이럴 땐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의외로 맛있는 것이라면 빵이다. 비닐에 넣고 전자렌지에 돌려 환경호르몬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한 입 물면 다 잊게 된다. 피자빵과 엄청 달달한 초코빵에 물을 샀는데 135루블. 한국돈 약 2500원
왜 이제서야 먹었는지 아쉬운 빵들을 먹으며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차에 생각난 것이 도스토예프스키다. 대부분의 작품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할만큼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에 나오는 건물과 도로 등을 실제로 자기가 지내던 곳 근처의 지명으로 하여 사실감을 극대화시켰다고 한다.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때, 승준이형과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부쩍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거기에 가이드책에도 따로 공간을 할당할 만큼 도스토예프스키와 관련된 건물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낮동안 죄와 벌에 빠져 들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는 예카테리나 2세와 그의 남자친구들. 남성편력이 엄청나게 심했던 여왕이다. 남자들 표정이 '자네도 남자친구인가!!!'하는 것 같아 재밌다
러시아는 반드시 여름에 와야한다.
겨울궁전과 비슷한 이 건물은 볼쇼이 영화학교다. '토브스토노고브 러시아 국립 볼쇼이 드라마 영화 학원'이란 긴 이름이 있지만 그냥 볼쇼이 영화학교라고 줄여서 부르고 싶다.
센나야 광장
죄와 벌의 주무대인 센나야 광장, 전당포 노인, 소냐 그리고 주인공인 라스콜리노프의 집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면서 도착한 센나야 광장은 이미 책에 묘사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시장바닥처럼 복잡한 부분은 닮았지만 광장이 무색할 정도로 그 주위가 많이 발전한 상태다. 조금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집이 모인 곳으로 가다보니 코쿠시칸 다리가 나온다.
책에서 K다리로 묘사된 코쿠시킨 다리
다리를 건널 때마다 변한 라스콜리노프의 마음이 느끼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다리를 건넜다.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겨울의 다리 모습이 더욱 죄와 벌의 배경과 닮은 것 같다. 여름의 코쿠시킨은 이상하게 건널 수록 여유로워지고 앉고 싶어진다.
소냐의 집
조금 더 걸으니 73번지 소냐의 집이 나왔다. 소냐의 집까지는 아무런 가이드도 없었다. 게다가 건물도 옛건물이 아닌 빌딩에 가까운 집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집에 있는 석판
도스토예프스키가 집필했던 아파트 (물론 예전 그래도는 아닐거라 생각한다)
라스콜니코프의 집, 라스콜니코프의 부조와 '라스콜니코프의 집, 페테르부르크의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비극적 운명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전 인류에게 선을 설파한대서 토대가 되었다'라고 적혔다. 이지러시아 참조
도스토예프스키의 집은 예상과 다르게 작은 기념비만 있다. 게다가 가정집으로 사용되고 있어 들어갈 수도 없었다.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완전히 틀렸다. 하지만 라스콜니코프의 집에는 부조와 석판이 있어 나처럼 카메라 하나 들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살인이 벌어진 바로 그 곳, 전당포 노파의 집이다. 길도 살벌하고 건물도 무시무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부 재개발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이제 전당포는 없고 24시간 슈퍼마켓이 있다.
전부 재개발되어 책에서 본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이 곳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뇌했을 대작가의 호흡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었다는데 만족한다.
경비
- 28일까지 방값 300R
- 점심 135R
- 다나 담배 사 준거 115R
- 저녁 95R
- 페테르 오는 버스 20E
총 경비 645RUB, €2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6,558RUB + $312.26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