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탈린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버스타고 국경을 넘다-5월 28일, To Tallin- Russia to Estonia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버스타고 국경을 넘다-5월 28일, To Tallin- Russia to Estonia

Foreign trip/16-May:St.Petersburg-Tallin

2016-10-22 18:15:03


페테르고프에서 헐레벌떡(물론 차가 헐레벌떡)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갈 때는 경치도 보고 어디서 내려야하는지 몰라 긴장도 했지만 어짜피 돌아오는 버스 종착역이 상트페테르부르크니 도착하면 깨우겠지란 생각에 마음이 훨씬 편하다. 여름 궁전이 넓기도 넓은데다 정원이 워낙 잘되어 있다보니 걷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체력적으로 완전 소진된 탓에 버스에서 기억이 없을 정도로 푹 잤다.

자고 일어나서 탈린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푸시킨스카야 역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탈린으로 가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버스를 택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버스에서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여러 회사가 노선을 운영하는 것으로 인지되는데 티무르가 추천해준 '에코라인 (Ecolines)'이란 회사를 통해서 티켓을 구매했다. 영어만 조금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쉽게 표를 살 수 있게끔 홈페이지 구성이 잘되어있다. 다만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탈린의 경우 정거장이 여러 곳인지 세네개가 검색되는데 뒤에 아무것도 붙지 않은 St.Petersburg와 Tallin을 고르면 전부 다 확인되기에 편히 고를 수 있다.


결제통화가 유로여서 신용카드가 없다면 온라인으로 표의 유무를 확인하고 에코라인 지점에 가서 직접사야한다. 아무래도 이럴 때는 신용카드가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그렇다고 꼭, 카드를 빌려서까지 온라인 결제를 할 필요는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버스기사에게 보여줄 프린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표만 있다면 (이 표가 없어지는게 문제지만) 지점에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표를 왜 프린트해야 하나고 묻는다면 '직원이 그렇게 추천해서'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메일로 같이 온 표를 핸드폰으로 보여줘도 문제는 없지만 짐을 싣거나 출입국검사시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그냥 맘편히 출력하라고 (출력도 공짜로 해준다) 한다. 정리하자면

  1. 온라인으로 표를 살 경우 -> 신용카드로 결제 -> 온라인으로 표를 사도 가급적 지점 방문해서 티켓 출력 (또는 메일로 받은 티켓 출력, 지점은 탑승하는 곳 근처에 항상 있다)

  2. 오프라인으로 표를 살 경우 -> 신용카드, 현금 모두 가능 -> 사면 알아서 티켓을 프린트해서 줌


버스는 2층버스다. 표를 구매할 때 자리를 고를 수가 있는데 봐서 사람이 별로 없는 자리를 선택하고 거의 만석이라면 1층이 사람 수가 적어서 추천한다. 1층은 자리가 조금 좁아 보이지만 사람이 적어 조용히 갈 수 있고(자리가 좁아 보이는건 심리적인 것이다. 실제로도 작은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엔 충분하다) 2층은 자리가 좀 넉넉해 보이지만 사람이 많이 있어 시끄러울 수 있다. 참고로 67번부터 74번까지는 기차처럼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 중간에 테이블도 있어 놀기 딱 좋다. 4명이 여행을 다닌다면 추천한다.


푸시킨스카야 근처에 있는 에코라인 사무실. 큰 길가에 있지 않아서 찾기 힘들다. 반드시 maps2me로 검색하고 찾아야 쉽게 찾는다.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에코라인 오피스에 가서 표를 뽑고 주의사항을 들은 뒤 밥 먹으러 갔다. 남은 러시아 루블을 다 쓰기 위해 선택한 곳은 맥도날드!


난 당연히 와이파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러시아 번호가없다면 와이파이를 쓸 수 없다. 러시아의 패스트푸드에서 와이파이를 쓰려면 러시아 번호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난 전부 다 막아놓고 왔기 때문에 멍하니 맥도날드에서 사람구경이나 해야했다. 이럴거면 빵집을 갈걸. 여기 빵 진짜 맛있는데...


버스 도착!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22시다.

버스 정류장이 길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부디 사진의 저 파란 '발틱' 표시판을 찾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참고로 맥도날드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으며 공원 옆에 있다. 버스가 도착하면 유니폼을 입은 버스 승무원이 표를 검사하고 여권을 검사한다. 마치 비행기를 타는 기분으로 버스를 타다니 정말 신기한 체험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

버스는 의외로 편해서 잠에 푹 빠졌다. 다만 물을 안사는 큰 실수를 해서 목이 계속 말랐는데 버스에 정수기는 없다. 비행기보다 좌석은 편한데 물은 없다.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다고 쓰여 있는데 아쉽게도 러시아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에스토니아를 넘어가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세 네시간 탔을까 버스가 멈춘다. 슬쩍보니 국경이다. 깊이 잠들었던 사람들이 눈을 비비면서 하나 둘씩 일어나더니 핸디캐리한 짐을 전부 들고 내린다. 충을 든 경찰들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왜 모든 국경은 이리도 무서운 표정을 하는지) 사람들을 쳐다본다. 줄줄이 서 있다가 한 명씩 러시아 경찰에게 여권 검사를 받는다. 내 차례에서 내 서류를 검토하는데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말한다. 뭐지!? 모스크바에서 받은게 뭔가 문제가 있나? 전혀 뭔소리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봤더니 한숨을 쉬더니 "Moscow BAD!!"라고 외치더니 웃으면서 여권에 도장을 찍는다. 새로받은 서류에 문제가 있었는데 앞에 있는 희멀걸 동양인이 멀뚱멀뚱있으니 답답해 죽을뻔했나보다. 공항에 비해 그리 엄하지 않은 검사 덕분에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이윽고, 바로 에스토니아 여권 심사대. 한 곳에서 바로 출국과 입국 검사를 한다는게 사실이 너무 재밌다. 러시아에서 빠져 나올 때는 핸디캐리한 짐만 들고 내리면 됐는데 에스토니아에 입국할 때는 모든 짐을 들고 서 있어야 한다. 나라마다 체크하는 방식이 다르다니. 에스토니아 여권 심사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했는데 영어를 거의 안쓰다가 갑자기 빠른 영어로 질문을 받으니 뭐라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 덕에

"의료보험(medical insurance) 있니?"

"아니오"

"없어?"

"에...?"

이런 헛소리까지 했지만 바로 잘못이해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하니 시크하게 도장을 찍어준다. medical insurance를 못알아듣다니. 잠이 안깨서 큰일이다. 어쨋든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내 여권에 비행기 표시가 아닌 버스 표시의 도장이 찍히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국경이다


여권심사받고 돌아오는 사람들


에스토니아어로 Food!

큰 짐은 비행기처럼 직원들이 직접 날라서 검사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작은짐도 엑스레이 한 번 통과할뿐 문제되지 않는다. 들어서면 정말 낡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여권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공항에서만 심사를 받던 사람으로써 굉장한 호기심에 두리번거렸다. 여권심사시 주의할 점은 출국과 입국 심사가 거의 시간차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나처럼 헛소리를 안하기 위해 잠에서 빨리 깨야한다는 것 정도다.

여권 심사 후 다시 딥슬립.


버스로 탈린에 도착했습니다!

탈린에 도착을 했는데 시간이 의외로 빠르다. 게다가 온도가 뚝 떨어져 있다. 게스트하우스까지 바로 갈 생각이었는데 날이 생각외로 너무 추워서 해가 다 뜰 때까지 정거장에 있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른 시간에도 터미널을 꽉 채우고 몇몇은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이렇게 또 노숙. 그런데 노숙이라고 하기에 내부가 너무 깨끗하고 청결하다. 그래서인지 깊이 자버려서 눈을 뜨니 9시고 주위에 사람들은 배낭여행객이 아니라 이 지역 사람들로 바뀌어 있었다. 좀 있으면 사람들이 동전 던져줄 것 같아서 얼른 탈린 시내를 향해갔다.


분명 자기 전까지는 이런 분위기였다


짐을 넣으려고 봤는데 약 3-4천원이다. 물가가 확 올라감을 느낀다.


탈린 버스 정거장 Tallina Bussijaam. 이제 탈린 구경합니다!!


경비

  • 점심 65R
  • 페테르고프 가는 버스 70R
  • 페테르고프 대궁전 입장료 700R
  • 페테르고프에서 오는 버스 70R
  • 레몬물 36R
  • 탈린에서 숙소 €18

총 경비 941RUB, €18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499RUB + $312.26 + €58


#육로로 국경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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