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숙소로 잡은 레드 엠퍼러 호스텔을 찾아갔다. 워낙 탈린의 물가가 러시아보다 비싸서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힘든지 나타나는 대목이다) 호스텔을 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6천원짜리 방에서 지내다 이동을 하는거니 당연히 쉽게 구하기 어려웠다. 어디를 고르던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주일정도를 숙박할 수 있는 금액이라서 올까말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래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나라를 쉽게 방문 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는 힘들었고 그나마 싼 방을 구한게 이 곳 '레드 엠퍼러 호스텔'이다.
싸다고는 하지만 무려 11유로짜리 방이어서 (서유럽이면 한 끼 식사도 겨우하겠지만)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자유분방한 아고다의 설명과는 다르게 제약이 꽤 많은 곳이다. 게다가 같이 방을 쓴 애들이 냄새나고 시끄러워서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난 것 같다. 이렇듯 여행을 하면서 방이 가장 중요한데 이게 솔직히 운이 많이 따르는 것이라 기도를 많이 하는 수 밖에 없다.
가는 길에 본 귀여운 가게. 저 고양이만 봐도 기분이 좋다.
이 호스텔의 장점은 가격이고 짐도 잠시 둘 수 있으며 맥주를 내부에서 판다는 점과 올드타운에서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 그리고 바로 앞에 정말 큰 대형마트가 있다는 점이다. 혼자 와서는 별 장점이 안되겠지만 두 명 이상의 그룹으로만 와도 상당한 이점이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간단한 티와 조리기구가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기간 있었던 중국인지 태국인지 알 수 없는 여행그룹은 신나게 요리하며 재미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단점은 위에서 말한듯이 시끄러운 분위기이고(이건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상당히 영어가 능숙하지 않으면 호스트의 친절함을 느끼기가 힘들다. 영어를 굉장히 유창하게 말하는 이 곳 호스트가 영어를 전혀 못하는 볼샤야 몰스카야 인보다 덜 친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말을 들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자기 말만 하려는지의 차이인 것 같다. 샤워시설은 공용샤워실이 있고 수건만 제공된다.
장단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시기에 내 체력이 바닥이 나서 조용히 잠시 쉬고 싶었다는게 이 호스텔이 부정적으로 보였던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가급적이면 이 곳보다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호스텔을 더 추천한다. 아무래도 문화권이 비슷하다보니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힘이 든 상태라면 좀 더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정말정말 소중한 마트.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상당히 좋은 숙소였을 것이다.
저녁이라기엔 너무 초라하지만 저 소세지는 정말 맛있다. 일기를 쓰기에 좀 불편했지만 와이파이 잘 터지고 모든 기기를 충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방에 있었던 시간이 특별하지 않아서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 아고다같은 게스트하우스 연결해주는 곳에 가면 사진이 많으니 정보를 구하기는 쉬울 것이다.
경비
- 탄산수 1.5리터 €1.05
- 아침식사 빵 €1.30
- 기념품 €8
- 니굴리스테(성 니콜라스) 박물관 €5
- 돔 성당 €5
- 물, 맥주, 소시지 €2.33
- 블린 €4.90
총 경비 €27.58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499RUB + $312.26 + €8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