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티무르와 헤어지고난 뒤 공원에서 쉬는데 비가 갑자기 내린다. 소나기가 내리니 다들 나무 아래로 숨는다. 서울에서 이렇게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한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연인이나 친구와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보니 내가 누리는 여유가 너무 감사하다. 서울서는 출퇴근 말고는 비를 맞을 일도 없었으니 항상 우산이 준비되어 급하게 이동하는데만 치중했는데 낯선 동네에서 우산도 없이 느긋하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니.
저 멀리는 하늘이 밝은데 여기만 비가 온다. 북해의 영향으로 날씨 예측이 굉장히 어려운 지역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온다. 나무 밑에 있어도 나뭇잎이 무게를 못견디고 물을 아래로 내려보낸다. 어쩔 수 없이 퍼붓는 비를 뚫고 비를 피할 건물로 들어갔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 심심했는데 와이파이가 잡힌다! 호텔 이름은 '그랜드 호텔'. 이제 네브스키 대로에서 와이파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랜드 호텔로!
카잔 대성당 앞에 유명한 가수가 왔나보다. 왠지 갱스터랩 하게 생겼는데 콜라인지 크바스인지 모를 검은 액체를 사람들한테 주고 있었다.
지나가다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포스터가 붙은 공연장을 지나쳤다. 러시아어라 이름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고 이름을 알아도 문외한이라 누군지 모른다...
무작정 걷다보니 은행 다리가 나온다. 가이드 북에 따르면 현재 대학 건물로 쓰이는 건물이 예전에 은행이라 '은행 앞에 있는 다리'란 뜻의 은행다리란다. 사자상 자체는 약간 오래되어 보여도 날개만큼은 멀리서도 눈에 보일 정도로 화려하다
현재는 대학으로 사용되는 '옛 은행'
조금 더 걸으니 사자 다리가 나온다.
무작정 걷다보니 방향이 마린스키 극장 쪽이다. 모스크바에서 볼쇼이 발레를 못본터라 그 아쉬움을 달래려고 마린스키 극장을 갔다. 혹시나하고 갔지만 역시나 오늘 표는 전부 매진이다. 정말이지 러시아 사람들은 말로만 예술을 사랑하는게 아닌 것 같다. 취미로 박물관과 발레를 보는 민족이 몇이나 될까.
마린스키 극장. 보이는 것은 마린스키 1관이고 이 건물 뒤에 신식 건물인 마린스키 2관이 있다. 난 마린스키 1관에서 하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맘대로 안된다.
혹시 몰라 일단 만져봤다는 사진
막상 마린스키 극장에 가보니 도저히 그냥 가기가 힘들었다. 볼쇼이는 근처도 안갔으니 그냥 올 수 있었겠지만 바로 눈 앞에 있는데 표가 없어 그냥 발걸음을 돌려야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어떻게 할까 곰곰히 생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페트로파블롭스키 근처다. 오늘 걷는 것만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정말 오래하는 날이다.
한 때, 꿈이 이런 큰 배의 선장이었는데. 배는 아직도 동경의 대상이다. 이 다음 여행은 꼭 화물선이든 유람선이든 타서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관통해봤으면 좋겠다
희미하지만 무지개다!!
왜 스핑크스가 여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바강 주위에 스핑크스가 있다.
네바강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설치한 분수대.
2018년에 러시아에서 월드컵하는지 이 버스를 보고 알았다. 요즘 정말 세상 돌아가는 것을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
이제 숙소 근처에 다 와서 떠돌아다니는 것을 멈추고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으려는 찰나 어디서 엄청나게 신나는 음악이 들린다. 라스트랄 등대 아래인 듯 한데 가만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와~ 축제인가보다!
직접가서 보니 동호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여러 춤을 추고 있다. 이 음악이 주위의 사람들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또 나름대로의 춤을 추고 있다. 딱딱하게만 생각되는 러시아 사람들이지만 흥이 이렇게나 많다. 여행을 할수록 겉과 속이 다른 이 나라 사람들이 친근해지기 시작한다.
보면 볼수록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한 라스트랄 등대. 승전용으로 만든 등대라는데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경비
- 탈린 가는 버스 20E
- 점심 샤오로마 210R
- 지하철 70R
- 물 50R
- 마린스키 표 1350R
- 비행기표 $160
총 경비 1680RUB, $160, €2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5,931RUB + $312.26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