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이 동네에서 콤프레소르가 블린으로 유명하기에 블린 맛집이라고 제목을 적었다.
시간도 많이 지났고 배도 고파 저녁을 먹을 곳을 수소문했다. 대단한 것처럼 적었지만 그래봐야 다시 숙소로 와서 검색하는게 전부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동해왔는데 아직까지도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이상하게 러시아와 다르게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행이 길어져서 이제 더이상 감흥이 없어지는 것인지 탈린이 상트페테르부르크보다 나와 잘 안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정교회 성당을 봐도 느낌이 덜하다. 날씨도 훨씬 더 좋고 사람들 표정도 더 좋은데 유독 나만 다운되는 느낌이다.
이건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오늘 저녁 메뉴는 고르고 골라서 '블린'으로 정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여서 탈린과 비교를 해보고 싶었고 그 외의 메뉴들을 비싸게 느껴져서 선뜻 고르지를 못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숙소에서 멀지 않은 '콤프레소르'란 가게가 이 근처에서 블린 맛집으로 소문이 나있다. 러시아에서 먹고 '이렇게 싸면서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니!! 왜 한국에서 이게 유명하지 않을까!!'하고 감탄을 했던 음식이니 분명 나라는 다르지만 여기도 맛있을 것이다.
입구가 정말 작아서 찾기가 쉽지 않은데 깜박잊고 사진을 못찍었다. 얼렁 들어가서 위에다 음식물을 얼렁 채워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 급하디 급했다. 명성답게 사람들이 가득찼으며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먹는 사람들도 여럿보여서 일단 안심을 하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도 문 앞에 생기면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앞에 혼자 온 여자가 눈에 띄었다. 저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으면 같이 먹자고 했을텐데 좀 아쉽다. 내 주위 유부남들이 밖에서 술을 마시면 모르는 사람(특히, 여성)과 같이가면 왜 그리도 마음을 편히 못가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먹은 메뉴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로 블린에 꿀이 발라진 거다. 가격은 약 5유로. 한국과 비교하면 싸고 서유럽이나 북유럽과 비교하면 천국이고 러시아와 비교하면 비싸다.
전에 말했듯이 팬케이크를 워낙 좋아하는데 블린이 그와 비슷하면서도 메밀때문에 촉촉함이 더 살아있어서 내 입맛에는 더 괜찮다. 거기다 꿀이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러시아의 블린과의 차이는 이 곳은 양이 좀 더 많고 두께가 좀 더 두껍다. 따라서 한 입 먹었을 때, 입에서 씹는 맛은 더 좋지만 러시아보다 블린이 더 구워져서 나온다. 더 구워져서인지 몰라도 러시아의 블린이 더 고소한 맛이란 생각이 든다. 요약하자면 "양 많고 빵처럼 입 안 가득 씹히지만 아주 고소한 편은 아니고 촉촉한 느낌은 거의 없다"
많이 먹지 않고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러시아의 블린이 더 나았다. 물론 비교하기에 데이터가 너무 극도로 적기 때문에 두 나라의 블린을 비교하는 것은 그냥 이번 여행을 정리하는 정도로만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재요.., 이제 욕 좀 그만 먹고 일 좀 해봐여
경비
- 탄산수 1.5리터 €1.05
- 아침식사 빵 €1.30
- 기념품 €8
- 니굴리스테(성 니콜라스) 박물관 €5
- 돔 성당 €5
- 물, 맥주, 소시지 €2.33
- 블린 €4.90
총 경비 €27.58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499RUB + $312.26 + €8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