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빵하게 여권 흘리고선 쉴새없이 뛰는 심장을 잠시 추스리고 이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볼거리로 남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라에아프텍'에 갔다. 사실 어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지만 그러면 오늘 할게 너무 없어져서 일부러 빼놓았다. 그정도로 작은 동네다 여기는 하루면 된다 생각을 많이 정리하고 동화같은 건물들을 보면서 오래 사색할 사람이 아니라 전투적으로 관광지를 다니는 사람에게 탈린은 하루짜리도 안되는 관광지니 유념하길 바란다. 여긴 정말 천천히 감수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편안해지고 아름답게 보이는 여성적인 도시다. 몸에 밴 '빨리빨리'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백이면 백 지루해할 동네다.
라에아프텍은 구시청 광장 한 켠에 있다. 다만 1호점, 2호점이 나뉘어져 있는지 아니면 내가 제대로 글을 읽지 못한 것인지 여러 상점이 라에아프텍이라 쓰여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읽고 엉뚱한데 간거겠지?
위의 집들도 에스토니아어를 전혀 모르는 내가 읽기에는 라에아프텍이라 (지금보니 뒤가 살짝 다르네) 들어갔지만 왠 무기가 진열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Anno" 가 "Since"인데 그 뒤에 숫자가 약간 많다. 그래도 기본 4-500년은 계속 여기서 장사하던 가게들이다. 한국의 '100년 전통'의 집들은 여기오면 신장개업 느낌이다.
여기가 진짜 라에아프텍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사람도 없고 덜렁 약만 진열되어 있는 것이 박물관의 느낌이 난다. 분명 인터넷에서 찾아 봤을 때 아직도 영업한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Anno 1655, 진짜 너무 오래되서 이질감마저 든다. 조선 백자는 오래된 것 같은데 고구려 토기는 요즘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예전에 사용하던 약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현재 파는 것들과 크게 디자인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약국에 동물 시체들은 왜이리 많은거냐!! 으악!
옛날 약들과 옛날 동물 사체들..을 실컷 보고 난 뒤 돌아가려고 하니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아까 보이지 않던 약사도 보인다. 박물관으로 바꿨나보다 했는데 찾아본 것처럼 아직도 실제 약을 파는 "약국"이다.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약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보니 중국이나 태국가서 호랑이연고 사듯이 여기서 꼭 사야하는 약이 있있는 것 같다. 기념으로 나도 하나 사볼까 했지만 뭘 사야할지도 모르겠고 약사 아줌마 눈빛이 귀찮게 하지말라는 강한 아우라를 광역으로 뿜고 있어서 아주 깔끔하게 포기하고 돌아섰다. 분명 약 달라고 하면 눈으로 욕했을거야
경비
- 브런치 1.39E
- 기념품 4E
- 콜라 1.10E
총 경비 €6.49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499RUB + $312.26 + €9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