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눈보라와 강풍이 몰아친 2017년 1월 20일. 바다 앞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것조차 각오를 다지고 나가야하는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겪은 날이다. 하도 바람을 얻어맞아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던 차에 누나가 서귀포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한림항에서 유명한 한림칼국수를 찾았다.
보말이 주요한 식재료여서 보말칼국수와 보말죽 보말전을 주문하고 몸에 들은 냉기를 빼기 위해 따땃한 방에 엉덩이 붙이고 기다렸다.
오.. 직접 면을 뽑나보다
보말과 매생이를 이용한 음식을 서울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게 맛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반찬으로 나온 김치가 맛있고 오징어젓갈은 사서 싸가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맛있다. 오징어가 신선해서 전혀 잡내도 없고 간을 쎄게 하지 않아 밥에 오징어젓갈만 있어도 두그릇은 먹을 수 있다. 무말랭이가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하는 매콤한 맛이 아닌 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것도 독특하다. 녹색으로 채워져 있어서 보기에는 별로일 수 있지만 입에 넣는 순간 몸이 싹~ 풀린다. 거기에 최상급의 밑반찬들과 함께 먹으니 금방 비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죽이 더 나았다.
하지만 추운 날이라서 이 국물이 너무도 필요했다
반찬, 그 중에서도 오징어젓갈이 너무도 기억되던 집이었지만 서울에서 매생이요리를 먹고 정말 맛있는 집이란 것을 알게됐다. 분명 한림칼국수에서 먹은 죽, 칼국수, 전은 먹으면서 목넘김이 불편하던가 비릿한 맛없이 강하지 않은 해초향이었다면 서울에서 먹은 음식은 바다를 가공없이 내 입에 쑤셔넣는 듯한 느낌이다.
혹시 입맛이 초딩입맛이라면 보말죽을 추천한다. 나도 애기입맛이라 해초를 좋아하지 않는데 보말죽은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바다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칼국수를 추천한다. 물론, 뭘 시키든 국물까지 다 비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