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나와서 갈치조림에 성게미역국을 먹으러 갔으나 문을 닫았다. 제주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하나같이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 것이었는데 심지어 일찍 열지도 않는다. 아침에 찾아간 곳도 그런 곳이라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는데 모두들 배가 너무 고파서 급히 찾아간 곳이 앙끄레국수 집이다. 이번 여행에서 미리 정하고 간 곳보다 첫 옵션이 실패하면서 가게된 두번째 옵션의 집들이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
아침이라 사람이 없다. 하지만 금새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사실, 이 가게를 가는 것에 대해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왜냐면 우리집 식구들은 돼지고기로 국물을 낸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쌀국수, 부산 돼지국밥, 순대국 등을 그리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가 돼지고기로 국물을 내는 고기국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팠던데다 별로면 다른게 있겠지만 생각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앙끄레 수육 세트에 물만두 추가다. 다 먹고나서 들은 생각이지만 물만두는 절반만 시켰어도 되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양이 어느정도인지 전혀 모르니 일단 되는대로 시켰다.
수육. 수육을 먹으면서 국수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육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누린내가 정말 거의 없다. 그마저도 없으면 아무맛도 안날 것 같을 정도의 적당한 맛이다.
물만두. 이 집에서 직접하는지 모르겠지만 특별함은 사실 없었다. 절반만 시켰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냉동 물만두만 먹던 사람인지라 물만두 맛을 잘 모르는 것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대망의 고기국수. 제주도에 온다면 꼭 이 집 고기국수를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 누린내 하나도 없이 마치 소고기를 끓인 것처럼 국물이 고소하다. 얼마나 괜찮았으면 면 빼고 국물만 한 그릇 더 먹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면도 시중의 파는 면처럼 보이지 않는다. 왜냐면 이렇게 탱탱한 면을 마트서 본 적이 없다.
비빔 국수. 평소라면 이 비빔국수에 대한 설명이 잔뜩있었겠지만 고기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밀렸다. 그렇다고 비빔국수가 별로인 것은 아니다. 이 정도 비빔국수면 서울서 무조건 줄 서서 먹는다.
오전부터 운전수인 나만 빼고 막걸리를 마신다.
앙끄레 국수집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알게된 맛집들 중에서 우리 가족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곳이다. 맛만 따진다면 세 집 다 너무나도 훌륭한 메인 메뉴와 밑반찬을 파는데 이 집의 경우 일하시는 분들과 엄마가 너무 친해져서 가게에서 한 시간을 넘게 보냈다. 다들 활력도 넘치시고 귤나무에 대해 물어보면 귀찮을 법도 한데 식사중에도 잘 설명해주신다. 바로 앞에 월드컵 경기장이어서 배불리 먹고 소화 시킬겸 주차장에 차를 두고 경기장 밖 한 바퀴를 천천히 걸을 수 있다. 경기장 밖에도 트랙이 깔려있고 내부가 보여서 걷는 맛이 상당히 좋다.
이 팻말이 있는 것을 보면 금방 문을 닫는 모양이다.
가게 뒤편에 귤나무 정원과 대나무가 예쁘게 있다. 우리 엄마의 발걸음을 한참동안 붙잡은 정원이니 한 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위에 똥개는 정원 지키는 애. 딱 봐도 멍청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영업시간
이번에 제주에서 찾은 세 집은 정말 강추다. 이번에 네 번째 제주도 방문인데 정말 이렇게 한 번에 맛있는 집을 세 개나 찾을줄 몰랐다. 그 중에 강정포구횟집과 앙끄레 국수집에서 일하시는 사장님들도 너무 좋으셔서 더 좋은 기운을 얻었다. (한림칼국수 사장님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 바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