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5월 30일, 탈린-To St.Peterburg again in Tallin, Estonia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5월 30일, 탈린-To St.Peterburg again in Tallin, Estonia

Foreign trip/16-May:St.Petersburg-Tallin

2017-01-12 06:00:00


모처럼 하루종일 늘어져서 따땃한 햇살 맞으며 누워 있었더니 버스 탈 시간이 다가왔다. 가는 길에 올드 타운이 아닌 21세기 탈린을 보고 가고 싶어서 멀리서도 보이는 빌딩 숲을 향해 걸어갔다. 지냈던 곳이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구역이라서 그렇지 에스토니아는 IT가 강한 나라이다. 한국처럼 인프라만 갖춰지고 개발 능력은 부족한지까진 모르겠으나 거의 전 지역이 와이파이가 가능한 나라 중 하나이다. 한국, 그것도 가장 발전된 서울에서만 생활한 내게는 엄청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조금만 여러 나라를 다니다보면 와이파이를 어디서든 빠른 속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우리보다 기술이 발전됐다고 생각되어지는 나라들은 이전 세대 기술로 인프라를 구축하였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고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나라는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 한국과 에스토니아는 막 통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그 타이밍에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기에 이런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과 도심의 거리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서울은 어딜가나 빠른 인터넷 속도처럼 사람들도 어딘가를 급하게 무표정으로 걸어가지만 여기 사람들은 조깅을 위해 뛰거나 산책을 하거나 벤치 앉아 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도대체 이런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유전적으로 DNA 어딘가에 백인과 흑인에게는 여유와 관련된 능력이 들어있고 황인에게는 없는 것일까?

백화점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가격이 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심 한 복판으로 들어가는 사거리에서 어떤 남자가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걸어온다. 잡상인이나 도둑이 아닐까하는 방어적인 마음에 대충 거리를 두고 말을 했다. 그런 내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밝게 '이 도시 엄청 예쁜데 공사하는 곳이 너무 많아서 정말 아쉬워. 특히 너는 멀리서 와서 더 아쉽겠다.'라며 남은 내 여행에 뜬금없이 굿럭을 날려준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왜 마음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닫히는 것 같은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보는 홉온앤홉오프. 아쉽게도 한국어 가이드는 없다. 예전 일본이 호황일 때 전 세계를 일본 사람들이 돌아다녀 아직도 일본어 가이드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사람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녀서 중국어가 없는 곳을 계속 없애는 중이다. 그 중간의 시간에 한국의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시아 3국이 발전된 경제를 엎고 세계에 나아가 발도장 찍었지만 유독 한국은 영향력이 제로다.

걸어서 탈린 버스 터미널까지 왔다. 도시가 정말 참 작다.

터미널 바로 길 건너에 에코라인 사무소가 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사무실에 가서 티켓을 프린트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안전하다. 너무 급하면 핸드폰을 보여줘야겠지만.

도착했을 때의 버스터미널 모습. 떠나는 날의 풍경은 누운 사람들이 전부 앉았다고 상상하면 된다.

버스오기 한 시간 정도 전이었을까? 창 밖을 보면서 최대한 탈린을 머리 속에 넣으려고 흥얼거리고 있을 때 누가 나한테 말을 건다. 당연히 어디서 왔느냐로 시작되는 만국 여행자들의 공통 관심사로 시작한다. 오는 길에 내게 굿럭을 날려주던 남자가 생각이 나서 불안했지만 최대한 밝게 이야기를 나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람인데 핀란드에서 거주하고 있는 뮤지션(정확히는 뮤직 퍼포먼스를 한다고 했다)이라며 자기가 했던 프로젝트, 심지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오픈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도 흥미롭게 생각하는 공연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보다보니 어느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나더러 반드시 이탈리아를 가라고 하면서 소매치기 빼고는 자기가 간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고 말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과 악기를 하나 다루라며 인생에 음악이 빠지면 자기는 너무 슬펐을거라는 러시아 여자. 역시나 내 남은 일정에 행운을 빌어주고 간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면 처음보는 마음이 넓은 사람들과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일을 만들 때다. 혼자 다니면서 너무 나하고만 이야기를 했는지 그런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는 많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탈린을 떠나는 날에 이 도시가 나에게 큰 선물을 해준다. 다음에 마음이 좀 더 편해지면 밝은 모습으로 다시 보자. Thank you Tallin. 그리고 모두들 굿럭!


경비

  • 브런치 1.39E
  • 기념품 4E
  • 콜라 1.10E

총 경비 €6.49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499RUB + $312.26 + €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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