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를 거쳐 드디어 아테네에 도착했다.
아테네!!
한국에서는 직항 비행기도 없는 그리스에 도착했다. 돈도 러시아 루블에서 유로로 바뀌었고 (물론 탈린서도 유로를 썼지만) 말도 바뀌었다. 그나마 러시아에서 살아보겠다고 익힌 러시아말은 이제 써먹지도 못한다. 이게 여행의 묘미이자 스트레스일까나.
아테네에는 도착했지만 밖에는 나갈 수가 없다. 여자친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하는데 내일 온다. 내일오는데 괜히 호텔비만 쓰는 것도 아깝고 밤에 아테네에 떨어졌기 때문에 어디 돌아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출발할 때부터 아테네 공항에서 노숙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침낭도 있겠다 공항이 제일 안전한 곳이니깐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곧 완벽하게 실패한 몸상태를 만들고 만다.
우선, 와이파이는 빵빵하게 쓸 수 있다. 로밍을 안했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없으면 전자장비에 100% 의존하는 나로써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다행히도 공항 안에 무료 와이파이가 있어서 (그것도 문자 인증 안받아도 되는) 시간을 쉽게 보냈다. 장시간 쓰면 와이파이가 꺼지는데 그 땐 10-15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접속하면 된다.
아테네의 무료 와이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것이 바로 의자다. 인천국제공항처럼 의자에 다리 뻗고 누울 수 없게 쇠로된 팔걸이를 전부 다 놓았다. 유일하게 딱 하나의 의자만이 팔걸이가 없는데 그 의자는 인디아나 존스에서의 성배나 포켓몬의 전설의 포켓몬같이 모두가 노리는 자리다. 그 외에 팔걸이가 하나만 없는 의자도 한 개 있는데 이 의자 또한 모두가 노리는 그야말로 핫스팟 중에 하나다.
그럼 그냥 땅바닥에서 자면 되는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으나 침낭펴고 깊이 잠들라고 하면 어디선가 경찰이 나타나서 툭툭치고 일어나라고 한 뒤 사라진다. 유독 아테네 공항에 노숙을 시도하는 애들이 좀 많은데 버스는 일찍 끊기고 공항 주변 호텔은 엄청 비싸다. 그럼 땅바닥에서라도 좀 편히 자게 해줘야지 왜 이렇게 못되게 구는지 모르겠다.
참, 그리고 실내는 생각 외로 춥다. 6월을 감안하더라도 춥다. 에어컨때문인지 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입돌아가기 딱 좋은 온도다.
전설의 희귀템인 노 팔걸이 의자. 저기 누워 자면 꿀잠 잘 수 있다.
그 다음 레어템인 팔걸이가 하나 없는 의자. 가방으로 찜 해놓는다. 물론 저 가방은 곧 바닥으로 내팽개쳐지며 다른 사람이 눕겠지.
해 떴다...
스포츠 도박하는 곳이 공항에 버젓이 있다. 아직 돌아보지도 못했는데 이 나라 좀 걱정스럽다.
경비
- 아침 340R
- 물 과자 120R
총 경비 500RUB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999RUB + $312.26 + €9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