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파다에서 잘 먹고 바다도 보고 난 다음날 제대로 아테네를 보러 트램에 올랐다. 글리파다에서 아테네까지 트램으로 약 1시간 거리다. 나는 낮에 짧게 관광하고 귀찮을 때는 지중해에 누워 있고 싶다면 글리파다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물가는 아테네보다 비싸다.
처음 관광할 장소로 잡은 곳은 21세기도 아닌 20세기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아크로폴리스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햇빛은 강해서 조금만 모자없이 다니면 머리에서 쥐포굽는 냄새나기 딱 좋은 날씨다. 정말 부러운 날씨다. 습하지도 않고 이렇게 기분 좋은 날씨라니. 그래도 선크림, 선그라스, 모자는 필수다. 모자가 없다면 멋스럽게 아크로폴리스 근처에서 페도라 하나 사서 쓰고 다녀야 한다. 지중해의 태양을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
태국도 그러더니 여기도 팔자 좋은 애들 많다
입장료는 여러 장소를 하나의 패키지로 파는 것이 싸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티켓팅을 하려는데 상당히 조합이 복잡하다. 어디어디까지 포함된 것은 30유로 거기에 몇 군데 빼면 20유로 아크로폴리스만 보는 것은 12유로다. 오래 있을 예정이니 30유로짜리를 샀는데 결과적으로 절반도 못갔다. 박물관에 갈 수도 없고 그냥 돈 더 벌려고 만든 티켓이란 느낌이 강하다. 18유로면 아테네에서 밥 한 번 제대로 먹을 수 있는데 많이 아쉽다. 상술이라면 상술이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이니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시간 별로 없고 '돌만 있는데 뭐가 좋다는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크로폴리스만 보는 티켓만 사도 된다. (아니, 그 외의 사람들도 가급적 아크로폴리스 티켓만 사시길)
디오니소스 극장. SNL에서 흥한 '흥이 깨졌으니 책임지라'는 그 디오니소스 맞다.
입장해서 조금 걷다보면 그리스 역사를 몰라도 많이 들어봤을 (특히나 SNL에서 권혁수가 보여주는 디오니소스덕에..) 디오니소스 극장이 나온다. 복구 중이지만 접근이 가능해서 3000년도 더 된 극장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할 수 있다. 참고로 애지간한 아테네 유적지는 전부 다 복구 중이다.
프로필레아, 정문이란 뜻답게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입구이다.
프로필레아로 가는 길은 세 가지 정도가 되는데 선택할 것 없이 그냥 도착한 입구에서 프로필레아를 향해 쭉 걸어오면 된다. 지금 걷는 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해서 정반대편에 있는 입구로 가면 이 날씨에 프로필레아는 멀리서 확인만 하고 돌아가야한다. 거의 대부분의 유적들이 파괴되고 이 나라 저 나라 (특히 영국)에서 훔쳐갔기 때문에 그나마 온전한 프로필레아와 파르테논 신전은 보고 가야한다.
지금도 아테네 끄트머리가 보이는 것 같은데 이보다 작았을 고대시대의 아테네라면 위에서 내려다 볼만 했을 것 같다.
유적지를 가면 항상 보는게 보수공사다. 파르테논 신전도 예외는 아닌데 놀라운 부분이 공사 기간을 몇십년 단위로 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였으면 대충 시멘트 발라서 끝내고 돈이나 벌려고 했을텐데 굉장히 공들여서 복구하는 중이다.
어떤 부분이 새로 보수가 되었는지 훤히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포세이돈 신전이다.
2000년동안 여기저기 침략당해서 부셔진 유적의 주인은 이 고양이다. 아무래도 유적보는게 처음에만 신기한 일이라서 결국엔 다들 고양이 사진 찍는데 열중한다.
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서 무슨 꽃인지 모르겠지만 이 날씨에 딱 어울리는 꽃이다.
이번 포스팅은 사진만 줄줄이 있는 느낌이다. 뭐 다른 것들도 비슷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유적지는 좀 봐야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맛있는 올리브유에 담궈진 그리스 샐러스 먹으면서 해변에서 선탠하다 수영하다 무한반복하는게 나는 더 좋은 것 같다. 러시아보다 날씨가 압도적으로 좋다보니 유적이나 건물들이 눈에 잘 안들어온다.
경비
- 장 본 거 €26
- 커피 2잔 €8
- 쥬스 €1.60
- 입장료 €20E, €30E 합이€50
- 트램 €2.80
- 페도라 두 개, 하리보 €21.50 + 팁 €2
- 저녁 €32
총 경비 €143.9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999RUB + $600.96 + €28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