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붙이면 9일이나 되는 연휴. 자발적 백수인 나랑은 상관을 것 같지만 같이 여행 갈 친구들이 시간을 낼 수 있는 기간이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기대에 딱 맞는 여행 계획이 생겼으니 바로 동해안 자전거 일주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두 친구와 함께 동해안 자전거 인증을 하기로 결정하고 아침부터 대진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연휴기간이라 자전거를 타기도 전에 버스에서 진이 빠졌다. 네시간 반 가까이 타고 겨우 도착한 대진터미널엔 정말 덩그러니 터미널만 있다. 작년에 한 번도 자전거를 안타고 지금 처음으로 페달을 밟아보는 것이라서 완전히 들뜬 상태로 통일전망대 인증센터를 갔다.
2-3년 전인가에 새로 생긴 동해안(강원) 자전거 인증길은 임원항에서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남->북 코스와 통일전망대에서 임원항으로 향하는 북->남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북에서 남으로 향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다 돌고나서 포스팅을 하는 현재로는 임원에서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바다를 오른쪽에 바로 끼고 달리기 때문에 더 편하게 좋은 경치를 보면서 달릴 수 있어 추천한다.
이 여행을 전부 계획한 선준이의 브리핑에 따르면 첫째날은 통일전망대에서 양양 낙산해수욕장까지 이동하고 둘째날은 동해시까지 이동하며 마지막날은 임원항에 세시까지 도착해서 초저녁부터 술을 엄청 먹고 일찍 자서 다음날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오는 것이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양양까지 가야한다.
시작점인 통일전망대 앞 인증센터
전에는 자전거 인증 수첩에 도장을 하나하나 찍어가며 인증을 했지만 이번에는 '자전거 행복나눔' 앱에 수첩 시리얼 넘버를 저장해서 아주 쉽게 인증을 했다. 앱에 인증길 루트도 있어서 길 잃었을 때 정말 유용한 앱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난 너무 좋다고 하는 사람 아닌 이상에 자전거 인증 여행하는데 필수 요소다.
이제 진짜 시작~
자전거길은 '지역 경제 활성화'란 큰 목적이 있다. 동해안 루트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왠만한 항구는 전부 다 들린다.
열심히 달려서 두번째 인증센터인 북천철교 인증센터 도착
간단히 앱을 통해서 QR코드를 찍으면 인증된다. 계속 앱을 켜놓으면 QR코드 인증도 필요없이 알아서 인증이 된다. 꽤나 편한 앱.
3-4년 전에 친구가 고성에서 보건소에서 군복무를 대체해서 한 번 왔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이 동네는 정말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다. 조용히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오면 좋은 곳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전거 길조차 조용하고 편한 느낌을 준다. 차도와 함께 쓰는 길이지만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마음 졸이며 주행하지 않아도 되서 좋다. 자전거 길에서 여유와 한적함을 찾는다는게 이상하지만 고성이라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고성 8경 중 하나인 화진포. 화진포 사진이 이 한 장 뿐이라니... 자전거 속도가 저절로 떨어지는 곳이다.
첫째날 루트의 하이라이트라 하면 화진포를 비롯한 호수들이다. 갈대와 어울러진 호수를 지나면 밟던 페달을 잠시 쉬면서 주위를 구경하며 타게된다. 작거나 크거나 상관없이 모든 호수가 아름답다. 필수적으로 쉬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봉포해변 인증센터
화진포를 지난 후부터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엔진도 나보다 훨씬 좋은데 자전거마저도 나보다 월등히 좋은 둘과 함께 달리려니 다리가 후달려서 침이 질질 새어나온다. 콧물에 눈물에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쫓아 가는데도 거의 대부분 나 혼자 탄다. 평소에 운동을 좀 하던가 해야지...
동해안 길의 특징이라면 로드 타이어를 전부 아작낼 것 같은 오프로드가 많고 차와 함께 달리는 길이 많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게도 타이어가 찢어지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찢어져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최근에 배워서 중심잡는게 좀 어려운 분들에게는 강원도의 모든 공무원을 싸잡아서 쌍욕을 하게 만드는 동해안 자전거 길은 추천하지 않는다.
빛의 속도(라 혼자 느끼는)로 영금정 인증센터 도착
시간이 있었으면 꼭 먹고 싶었던 아바이 순대인데 아쉽게도 그냥 지나쳤다. 시간되면 꼭 아바이 순대 골목에서 아바이 순대 드십쇼.
해변이 너무 아름다워서 멈춘 양양의 해변. 몇몇 사람들이 서핑을 하는데 과연 무슨 파도를 잡고 서핑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내 의견과는 달리 죽어라 열심히 패들링한다.
핸드폰이 망가져서 사진이 엉망으로 찍히는데 이 사진은 포커스가 이상한게 더 운치있어 보인다. 나만 그럴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
오늘 잘 곳. 파티. 밤마다 party를 열어서 파티라고 이름 지으신 것 같다.
이 방이 9만원. 다인실은 2만5천원이다. 나 빼고는 다들 비싸다고 평가.
1인 2만원에 삼겹살, 소주, 맥주 무제한이란 소리에 뒤도 안돌아보고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파티'에 도착했다. 1인당 2만5천원인 6인실에 사람이 가득차서 셋만 방을 쓰기로 했다. 가격은 1인당 3만원.
이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밤에 삼겹살 파티를 하는데 1인당 2만원이다. 아마 다들 이거 노리고 왔을거라 생각된다. 애기 둘인 가족 한 그룹과 나머지는 전부 남자로 가득찬 곳에서 10시까지 술을 마시니 나름 재미는 있었다. 저녁과 아침(컵라면과 시리얼) 포함 1인당 5만원이면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되는 곳 같다.
삼겹살은 냉동이고 맥주는 생맥주.
- 8시 20분 동서울터미널 출발 -> 12시 30분 대진터미널 도착
- 12시 50분 통일 전망대 출발 -> 19시 양양 낙산해수욕장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