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이태원에 바베큐가 뜨는 것 같다. 뭐 뜬다고 할 정도로 많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몇몇 가게들이 만화에서 갈비잡고 뜯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정도의 고기들로 중무장하였다. 오늘 간 매니멀 스모크 하우스도 그런 고기고기한 집의 대표격인 집이다.
간판은 쉽게 찾는데 막상 입구를 찾기가 힘들다.
레트로한 느낌의 입구.
오픈하는 시간보다 일찍 들어오니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려니 그건 안된다고. 심지어 영업시작 5분 전인데 예약까지 하라고 한다. 편하라고 만든 시스템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느낌이랄까..?
전자기기로 예약을 한다. 좋은 시도이지만 펜과 종이보다 나은 점이 없어 보인다. 자동으로 기계가 불러주면 모를까 종업원이 아이패드 보고 목청껏 부르는건 똑같다.
많은 종류의 바베큐가 있다. 이름이랑 설명만 봐서는 뭐가 나올지 상상이 잘 안된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물어보고 종업원이 추천해 준 메뉴로 결정.
우리가 시킨건 치킨과 립. 또 먹으러 가야하기때문에 조금만 시켰다.
고기는 정말 맛있다. 아쉬운거라면 고기의 느끼함을 달래주는 것들이 있으면 먹기 좀 더 편했을텐데 사이드로 나오는 음식들도 전부 느끼한 것들이다. 조금 먹으면 금방 질려버린다.
처음 음식이 나올 때 흥분과 따뜻할 때 먹는 고기의 맛은 정말 최고다. '고기먹고 싶다'고 생각될 때 오면 하염없이 행복해하며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아쉬운건 위에 썼듯이 전부 느끼해서 나처럼 입 짧은 사람들은 금방 질려버린다는 것. 단무지랑 김치가 굉장히 생각나는 집이다. 아무래도 맥주를 마시게 하기위해 이런 메뉴로 만든 것 같은데 맥주의 청량감으로 떼우기엔 너무 강함 느끼함이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조금 지나면 고기가 식어서 맛이 없어지고 결국 포크를 놓는다. 뭔가 굉장히 괜찮은 집 같으면서도 뭔가 굉장히 아쉬운 집이랄까...
오랜만에 다시 방문. 의무적으로 예약을 해야하던 시스템이 없어졌는지 도착하자마자 남은 자리로 이동했다. 예전에 쓴 글을 읽어보니 여기만의 독특한 주문 방식을 적어놓지 않았다. 2 Meats 또는 3 Meats를 고를 수 있는데 말 그대로 2 Meats는 고기 2개, 3 Meats는 고기 3개다. 거기에 사이드 메뉴가 각각 2개, 3개 주문이다.
그런데 조금 달라졌는지 오늘 2 Meats를 선택해보니 사이드를 3개를 고른다. 메뉴가 한 번 업데이트 되었나보다.
포크와 브리스킷. 그리고 코운슬로. 생각해보니 고기 종류도 달라지고 추가 된 것 같다.
다른건 다 좋았는데 저 왼쪽 상단의 콩요리는 고수가 들어가서 첫 맛이 강했다.
육식주의자, 그것도 소, 돼지, 닭고기에 길들여진 자에게 매니멀 맛이 어떠냐고 물어봐야 "너무 기가 막히게 맛있다"란 대답밖에 못듣는다. 거기에 사이드로 나오는 음식들도 함께하기 꽤나 괜찮아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사이드 메뉴에 반드시 코운슬로가 있어야 하고 느끼함을 줄여줄 것이 별로 없기때문에 코운슬로 2개 이상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같다. 어짜피 여긴 고기 먹는 곳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