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친구들 보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한 놈이 이슬람 음식점에 가자고 한다. 시도때도없이 두바이에 가면서 먹고 싶을까 생각했지만 먹고 싶다는데 뭐.
대체로 일을 할 때 외국인과 자주한 편도 아니고 한다고 해도 인도 아니면 러시아쪽 사람들이어서 이슬람 음식을 굳이 찾으러 다닌 적이 없다. 친구 말을 빌리면 외대 이슬람어과 회식 장소이며(진짜일까...) 이슬람 바이어나 직원이 왔을 때 할랄을 마음 편히 추천할 수 있는 곳이라서 여기 페트라가 매우매우 중요한 장소라고 한다. 아랍 사람들도 와서 먹고는 맛있는 집이라고 했다고 하니 기대가 좀 된다.
페트라가 요르단에 있는 유적이니 요르단 가게이겠지 했는데 정말 요르단 사람이 하는 가게다. 근데 요르단 음식점이라기보다 아랍 음식점이라고 보는게 맞다고 한다. 아랍은 한식, 일식, 중식처럼 완전히 서로 스타일이 다르지 않은가보다. 아니면 밥위에 파인애플 놓고 파인애플 스시라며 자기는 일식을 하는 요리사라는 양놈들처럼 내가 이 쪽 문화에 완전히 무지한 것이겠지.
들어가는 입구 찾기가 빡세다. 간판은 훤히 보이는데 입구가 없다. 건물이 큰 것에 비해 입구가 하나뿐이니 속지말고 잘 들어가자.
일단 들어가면 밖에 훤하게 보여서 속은 시원한데 도로 앞이라 먼지가 좀 많다. 앞접시는 한 번 닦고 먹는게 마음 편하다.
오! 시샤를 판다. 시샤만 하러 오는 사람이 꽤 되나보다.
다른 애들 올 때까지 할게 없어서 메뉴나 찍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시샤를 판다는 것.
저녁 시간에 맞춰 왔지만 사람은 별로 없었다. 두 시간 정도 식사를 했는데 우리와 앞의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전부 외국인들이 섞인 조합이었다.
주문을 하려는데 종업원이 한국어를 모른다. 내가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그 지역 말을 모르는데 영업을 하는 곳이 없는데 한국은 참 특이하다. 한국어를 몰라도 영업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 아닐까?
여하튼, 영어로 주저리주저리 주문을 해야하고 좀 있으니 음식이 나온다. 음식은 꽤 빨리 나오는 편이다.
팔라펠,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다.
먹는 법도 따로 있는데 '피타'(인도에선 난 이슬람선 피타라고 부르는건가?)를 조금 잘르고 팔라펠 반쪽을 놓고 위의 샐러드와 소스를 넣고 한 입에 쏙 먹으면 된다. 종업원한테 알려달라면 잘 알려준다. 물론, 영어로
이건 전에도 먹어본 홈무스. 피타에 찍어먹으니 더 맛있다.
케밥 믹스, 주워먹을 새도 없이 사라졌다. 다섯명이 먹기엔 로열 믹스 케밥을 시켰어야 했던거 같다.
샤프란 밥, 호불호가 좀 갈린다. 나는 먹기 힘들었는데 두바이맨은 맛있다고 잘 먹는다. 난 향신료에 좀 민감한 편이니 향신료에 민감한 사람들은 한 번 생각해 보고 주문하시길.
술탄, 피타를 더 시키고 찍어먹으려고 시킨 음식인데 속에 있는 고기가 맛있다. 이것 역시 주워먹을 새도 없이 사라졌다.
미스터 두바이가 추천한 페트라에서 다섯명이 정말 말도 별로 안하고 먹은 것 같다. 양이 많았던거 같은데 이상하게 먹어도 배가 그리 차는 느낌이 안난다. 내가 이슬람국가에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본국의 맛과 비교는 못하지만 어쨋든 한국사람들이 먹기에는 괜찮다. 샤프란빼고는 전부 괜찮았다.
평소에 먹던 음식들이 아니라서 배도 채우면서 호기심도 채우는 시간이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경험하기 쉽지 않은데 이태원이니깐 가능한 것 같다. 일반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비슷한 가격대여서 데이트하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영어 안되도 메뉴가 한글로 되어 있어서 손가락으로 '이거이거'하면서 주문하면 될 것 같다. 별로 아쉬워 보이는 것 없이 맛있는 집 하나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