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김밥도 잘 먹고 충분히 쉬고 내려왔다. 시간이 생각보다 꽤나 많이 걸려서 올라온 길 그대로 다시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올라가는 길이 워낙 힘들어서 내려가는 길은 쉬울거라 생각했지만 급경사는 올라가는 사람이든 내려가는 사람에게든 공평하게 힘들다. 한 발 내릴 때마다 '어이쿠', '아이고' 소리가 입에 루프스테이션을 달았는지 반복적으로 나온다.
까마귀가 '가냐?'라는 줄
산을 타고 구름이 넘어오는 것은 정말 멋지다.
힘겹게 해가 떨어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왔다. 집에 바로 가기는 아쉬워서 누나가 찾아놓은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듯 길을 잘못들어서 엄한 곳에 도착했다. 나는 여기가 어디냐고 휴대폰과 싸우고 있는데 풍경이 좋다고 다들 밖으로 나간다. 시간 압박없이 여행하는건 아무래도 유전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얼떨결에 온 곳 치고 해 지는 것 보기 참 좋은 곳이다
이 동네 바보 개들
어슬렁 어슬렁 다니더니 한 명 한 명한테 애교를 부린다. 시골 바보 개들은 어딜가나 이쁘다. 이상한거 안주워먹고 차도에서 좀 조심히 다니면 좋으려만
지도에 표시라도 할걸. 마을이 정말 예쁘다.
다시 주소를 제대로 치고 목적지인 '제주카페 스르륵'에 도착했다. 그냥 슬쩍봐도 돈 많이 들었겠다고 생각되는 건물이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커피숍 안에서 보는 바다 풍경도 아름답다. 특히 해 질 무렵의 바다를 은은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은근히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길을 넓히면 제한 조건이 두 세개 더 늘어날 것 같다.
아까 바보 개들인줄 알았네.
가격은 서울의 유명 커피숍과 동일하다. 자릿세라고 생각하면 음료랑 케익이 이해가 된다.
엇 사진 순서가 잘못되서 바보개가 여기 나왔네
줄이 하나 없지만 아이디어가 좋다.
이렇게 쉬고 중간에 강정포구횟집에 가서 히라스 한 접시 포장한 뒤에 숙소에서 배불리 먹고 뻗어버렸다. 첫날부터 무리한거 아니냐고 셋이 걱정하면서도 내일은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자세하게 계획 잡지 않고 그 때 그 때 맞춰서 여행하는 것도 후천적인게 아니라 유전인 모양이다. 내일 갈 곳만 이야기 한 뒤에 언제까지 갈지 언제 일어날지는 전혀 말도 없이 디립다 눕는다.
"뭐 내일되면 어떻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