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숲길'이라 적은 것은 내 느낌이 아니라 정부에서 지정한 것이다. 국가에서 지정한 숲길에 가기 위해 오늘도 일찌감치 일어나 이동을 준비했다. 어제 오랜만에 근육을 써서 그런지 다들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그래도 어제 한라산은 꽤 괜찮았다며 오늘은 더 멋지다고 힘내는 우리 가족 멋지다. 다만, 날씨가 안도와준다. 서귀포 바다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호텔 아래에 있는 테이큰 얼반에서 빵, 샌드위치, 커피 폭식. 아침은 황제같이 먹어야 한다지만 저녁도 이리 먹는다는건 비밀.
차를 타고 몇 분 달렸을까. 네비게이션이 다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사려니숲길 주차장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주차장에 차를 두고 셔틀버스를 타고 왔다갔다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귀찮게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지만 여튼 셔틀을 기다려야한다. 눈이 오다 말다 반복한다. 숲길 걸을 땐 눈 안오면 참 좋을텐데.
사려니숲길 셔틀버스 시간표
치유의 숲, 사려니숲길
숲길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길도 평평하니 걷기 좋았고 관광객도 드물어서 전부 전세낸 것 같다. 길도 굉장히 길어서 절반도 채 안가 돌아오기로 했다. 말이 숲길이지 5km나 되는 길을 왕복해서 걷는건 힐링이 아니라 도전이다. 중국사람들이 많이 여행을 와서 그런가 제주도를 여행하다보면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대인배 스타일의 것들이 보인다.
차타고 들어올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에는 확실히 가져오면 안된다는 것을 봤다. 숲길에 차를 타고 들어 온다는게 일반적으로 이해가 되진 않는다.
숲길을 어느정도 돌아보고 사려니숲길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왠걸 버스가 운행을 안한다. 눈으로 인해서 정비가 필요한데다 막 버스가 지나갔기 때문에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알린다. 버스타고 10분도 채 안걸렸기 때문에 우리는 기다리느니 그냥 걷기로 했다. 우리는 그 선택을 하기 전에 제주도 내륙지방 날씨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았어야 했다.
이 때까진 기분 좋게 눈이 내려서 팔 벌려서 걷기도 했다
중간쯤 지났을까 눈발이 엄청 심각해진다. 서울에서 눈이 많이 내려도 바람이 세차게 불지는 않는 편이니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제주는 다르다. '이거 우박이 아닐까?'하고 생각될 정도로 세차게 내리니 얼굴을 동상 걸린 것처럼 벌게지고 콧물 눈물 물이란 물은 다 나오기 시작한다. 눈과 산바람이 만나면 정말 무시무시하다는 걸 제대로 느꼈다. 제주도가 이정도면 개마고원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거야.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눈이 내린다.
이 쯤 되니깐 차에 타도 운전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왜 버스가 운행을 못한다고 했는지 이제 알겠다
이 와중에도 운행을 하는 버스. 시간간격은 가끔 벌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험한날씨에도 꾸준히 다닌다. 왠만해선 걷지말고 버스 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