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동해안 종주할 때 들리지 못했던 아바이순대 골목을 이번에는 꼭 들리겠노라 다짐을 했다. 속초행 버스 안에서 잠도 안자고 계속 검색해서 얻은 정보로는 '신다신'이란 가게가 가장 괜찮다는 평이 많았다. 원래는 '다신식당'이었지만 앞에 새로울 '신'이 붙어서 '신다신'으로만 불리는 이름부터 특이한 곳이다.
속초 아바이순대 골목에서 파는 음식들은 전부 함경도 음식들이다. 아, 물론 다 가본 것도 아니라서 전부라고 확실히 말하긴 힘들지만 '아바이'란 말부터가 아저씨란 북한말, 정확히 함경도 사투리인 것을 보면 말이 안되는 말은 아니다. 우리집은 전쟁 때 북에서 내려온 집이라서 그 때인지 그 전인지는 몰라도 이북 음식을 그나마 자주 접했는데 기억에 남는 특징이라면 간이 세지가 않다. 내가 간이 쎈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듯 싶다.
절대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가게. 바로 옆 가게 할머니가 계속 오라고 하셔서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신다신 메뉴. 내가 본 블로그들에 쓰여있던 가격보다 올랐다.
아바이순대 골목이니 당연히 아바이순대는 먹어봐야겠고 오징어순대도 사진으로 봤을 때 맛있어 보여 모듬순대로 주문했다. 모듬순대에는 명태가 조금 나온다. 하지만 5-6월이 가자미가 제철이어서 반찬용도로 가자미식해도 하나 주문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오직 신다신에서만 판다는 설마 여기서만 팔까? 가리국밥을 하나 시키고 같이 온 친구는 아바이순대국을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둘이서 모듬순대, 가자미식해, 가리국밥, 순대국 주문.
기본 반찬 + 가자미식해
가자미식해, 남쪽지방 젓갈에 비해 덜짜다. 큼직하게 집어서 밥과 함께 먹기 좋다. 게다가 살도 많아서 씹는 맛도 상당히 좋다. 괜히 비싼 음식이 아니다.
모듬순대와 명태회. 명태회는 너무 달아서 손이 잘 안간다.
오징어 순대라기보다 꼭 오징어전을 먹는 느낌이다
새우젓과 함께 먹는 아바이순대. 동네 떡볶이집 순대와 비교하자면 훨씬 안질기고 잡내가 덜하다
가리국밥. 소머리국밥같다. 좀 연한 소머리국밥이라 생각하면 딱 좋을 것 같다. 콩나물때문인지 먹다가 고기 비린내에 지치는 그런 국밥이 아니다. 참고로 난 비린내를 싫어하여 돼지국밥을 안먹는다.
아바이순대국. 난 입도 안댔다.
냉면빼고는 다 먹은건가.
우린 2호점에서 먹었다.
월요일 오후 두 시 정도에 방문해서 그런지 사람이 얼마 없었다. 우리가 먹는 동안 혼자 여행 온 사람과 커플이 와서 먹고 갔다. 양도 많고 천천히 먹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다들 어마어마한 속도로 한 그릇 뚝딱하더니 움직인다. 1호점과 2호점이 있는데 바로 길 하나를 두고 붙어 있어서 크게 의미를 둘만하진 않다. 다만, 야외같은 느낌에서 먹고 싶다면 2호점을 예전 느낌을 보고 싶다면 1호점에서 먹으면 될 것 같다.
한 입씩 먹어보니 아바이순대는 그간 먹은 순대보다 씹기 부드럽고 냄새가 거의 없다. 순대의 비릿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맹맹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오징어순대는 꼭 전을 먹는 것 같다. 명태회는 단맛이 강해서 그닥 손이 가지 않았지만 가자미식해는 왜 이북사람들이 겨울에 꼭 하는지 알 것 같다. 밥과 함께 먹으면 계속 손이 간다. 가리국밥은 순한 소머리국밥같다. 콩나물때문인지 몰라도 국물이 맑은 느낌이며 소고기, 콩나물, 밥을 함께 먹으니 입 안에 가득 먹는 맛이 있다. 양이 너무 많다면 가리국밥과 순대는 먹고 식해는 포장해서 집에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른 아바이순대집을 안가봐서 이 집이 이동네에서 제일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바이순대 골목에 와서 순대 한 접시는 꼭 먹으러 와야한다. 동해안 자전거 길 중간에 있으니 자전거 타다 쉬면서 밥 한 그릇 맛있게 먹기 참 좋다. 다리를 완전히 넘으면 안되고 다리 중간에 빠지는 계단으로 내려와야 한다. 입구가 눈에 띄지 않으니 지도보고 잘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리위에서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게 좋다. 타이어를 터트리기 좋은 것들이 워낙에 많다. 실제로 내 타이어도 다리 위에서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