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 박물관-6월 7일, 아테네-Acropolis museum in Athens, Greece

아크로폴리스 박물관-6월 7일, 아테네-Acropolis museum in Athens, Greece

Foreign trip/16-Jun:Athens

2017-06-02 07:41:16


혼자 여행을 하면서 생각도 하고 멍 때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혼자 구경하니깐 심심하다. 혼자하는 여행의 핵심은 어떤 유적이나 멋진 풍경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나를 동기화한다던지 아니면 다른 차원의 생각들을 즐기는 것인데 아테네와서는 전혀 안되고 있다. 러시아는 오기 전에 올 것을 알고 책이랑 블로그를 많이 봐서 성당을 가더라도 시간 보내는게 재밌었는데 아테네는 그냥 돌만 보러 다니는 기분이다.

그래서 택한게 유명한 커뮤니티인 '유랑'에서 동행을 찾았다. 그리고 오늘 하루 동행들을 만나서 저녁같이 먹어 실컷 한국말로 수다 떨 예정이다. 그 전에 남는 시간들은 오후 세 시부터 출입이 안되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아크로폴리스 매표소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아테네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이다. 아크로폴리스 유적에서 나온 대부분은 모조품을 밖에 두고 "영국이 가져갔다" 또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밖에 있는 유적들이 휑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티켓 가격 5유로를 지불하고 입장. 뉴아크로폴리스라 이름 지어진대로 새로 지어진 신식의 박물관인데 가격이 5유로밖에 되지 않아서 조금 놀랬다. 그리고 들어가면서 온 몸을 스캔하는 철저한 신체검사를 하는 것에 또 한 번 놀랬다. 이 안에 어느 정도로 중요한 것들이 있는지 새삼 느껴진다.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 프리즈(벽에 벽화처럼 조각된 장식)

입장을 하고 들떠서 보이는 전시품들의 사진을 찍으면 직원이 와서 매우 공손하게 사진촬영이 안된다고 알려준다. 러시아에서 전혀 거리낌없이 사진을 찍던터라 사진을 못 찍을 것이란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물어보니 전시 지역에 따라 사진 촬영이 제한 된다고 한다. 대체로 너무 아름답거나 신기해서 꼭 찍고 싶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촬영이 불가하다. 그래도 소녀상은 되니 다행이다.

파르테논에 있었던 조각들은 대부분 촬영이 가능하다.

파르테논 서쪽에 있던 페디먼트. 왼쪽부터 유명한 신들이 쭉 거론되는 것 같다. 아는 신이라곤 헤르메스, 아테나, 포세이돈 정도다. 이러니 재미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그림을 보면 색칠한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현재 남은 부분이고 나머지는 복원된 것이다.

대략 A부터 L까지(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 부분)의 남은 부분들이다.

이건 나머지 오른쪽 부분의 조각들이다.

깨지고 없어졌는데 가슴의 윤곽과 복근같은 것이 눈에 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의 대부분의 유적들이 위와 같이 일부분만 남아있다. 이런 유적들을 복원하여 완성품으로 점차 만들고 있는데 그 과정과 결과물은 촬영이 되지 않는다. 말로만 쓰기에는 좀 아쉬울 정도로 완성품의 퀄리티가 의외로 뛰어났다. 특히, 완성품에 색까지 입힌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다면 여기 있는 조각들이 제 모습을 하고 있었을 2000년 전의 아크로폴리스의 화려함이 갑자기 머리속을 휙! 하고 지나간다. 역시 박물관은 이 맛에 온다.

밖에 비가 왔나보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서 보는 경치가 좋다고 블로그에 많이 쓰여있던데 아쉽게도 오늘은 흐려서 그리 이쁘지 않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영국으로 옮겨졌다"는 문구. 영국, 프랑스 사람들은 어디가서 말 함부로 하면 안될 것 같다.

촬영이 되고 안되는 기준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렇게 현재 남은 부분에 나머지 부분을 200년 전에 찍은 흑백사진을 통해서 복원하고 있다. 복원 부분은 완전히 새로운 점토로 만들어서 색의 차이가 난다.

단 세 점의 조각만 남아있지만 전체 모습은 멋지다. 이런게 가득한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라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오른쪽이 아테나이다. 아테나와 다른 신이 계약을 하는 모습이다.

완성된 파르테논 페디먼트의 축소판. 작게 만들었어도 많은 신이 들어가 있어 길다.

마법 의식에 쓰였을거로 추측된다는 구체. 대포알일거라 생각했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화약이 발명 됐을리가 없다. -_-

이 박물관의 하이라이트인 아크로폴리스 안의 에렉티온 신전 소녀상. 아크로폴리스에 같은 것이 있지만 그건 모조품이고 이것들이 진짜다.

에렉티온 소녀상이 중요한 이유는 에렉티온 신전이 가장 신성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퍼져있는 올리브 나무를 가져온 것이 신화에선 아테나인데 그 아테나가 처음으로 올리브를 심은 곳에 에렉티온 신전을 세웠다고 한다.

  • 올리브 나무 엄청나게 중요함
  • 그 올리브 나무 준 아테나 중요함
  • 그 아테나를 위해 올리브 나무 심은 곳에 신전 세움. 그러므로 이 신전 중요함
  • 그 신전을 떠받드는 소녀상 6개 중요함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소녀상이 왜 중요한지 대충 짐작이 됐다. 박물관에 네 개의 소녀상은 정상이었고 하나는 파손이 심각해서 뭔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하나는 대영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워낙 스토리가 많은 아크로폴리스이지만 그 중 가장 슬픈 이야기는 터키인이 파르테논 신전에 화약을 보관하다 터져서 날라간 이야기와 영국으로 유물을 싹슬이 해 간 엘진이야기 일거다. 뭐 간단히 요약하면 엘진 경(영국 입장에선 sir겠지)이 오스만 제국 술탄에게 허락 받아 싹 대영 박물관에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우리로 따지면 미국인이 일본왕한테 허락 받아 문화재 들고 간 것. 왜 여기저기에 영국이 가져갔다는 것을 다 써놓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밖에 나오면 집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다들 저 구멍에 동전 넣고 있었다. 인간의 본성인가...

넉넉하게 보려고 일찍 나왔는데 슥슥~ 훑어보면 금방 본다. 사진 찍는 곳도 거의 정해져있기 때문에 2-3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장소다. 가장 좋은 시간은 점심먹고 산책겸 박물관을 돌아보는게 제일 나을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세 시부터 출입이 불가하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운영하는게 몸에 배어있는 한국사람들이라면 이해가 안될 수 있는 운영 시간이니 꼭 참고하길 바란다. 그보다 가장 중요한건 재미를 위해서 그리스 역사를 조금 읽고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그러지 않고 그냥 갔더니 그냥 신기한 돌들로만 느껴진다.



경비

  •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5
  • 저녁 €15
  • 물 €1

총 경비 €21.0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999RUB + $639.96 + €56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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