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파업이라니. 그런데 실제로 겪고나니 진짜 파업의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제 맛있게 밥먹고 나름 말이 서로 잘 통해서인지 글리파다에 놀러가기로 했다. 내 아테네 일정이자 이 여행의 일정을 화려하게 글리파다에서 마무리 짓기위해 짐을 전부 다 들고 집주인과 강아지들에게 아쉬운 인사를 하고 나왔다. 이제 여기도 하루면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이 화창한 날씨가 슬프게 보였다.
이제 이 차림도 하루면 끝이겠구나
이렇게 멜랑꼴리한 마음으로 만나기로한 아크로폴리스역을 향해 갔다. 걸어가자니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서 오모니아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려고 했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이상하게 오늘 경찰이 많이 보인다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오모니아 근처에 가니 이제 경찰이 길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설마...'
교통통제라니... 심지어 한 쪽은 완전히 막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희미하게 '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쪽을 쳐다봤더니 왠걸 그 뉴스에서 맨날 보던 그리스 시위대다. 한창 경기가 안좋았을 때, 그리스와 스페인의 경제상황이 가장 안좋고 시위가 많아서 '지구촌 뉴스'같은 프로에서 자주 보여주던 것이 그리스와 스페인의 데모이다. 스페인 시위대는 재작년에 출장가서 한 번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리스 시위대다.
아테네 시위대 등장.
마드리드에서 본 시위대는 부부젤라를 불면서 구호를 외쳤던 반면에 아테네 시위대는 일단 그 규모가 크다. 그리고 시위대가 점점 다가오면 함성소리와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섞여서 들린다. 이게 환청인지 사실인지 확인을 해보고 싶었는데 조금만 느리게 행동하면 저 시위대 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아 최대한 빨리 뛰었다.
너무 놀라서 오모니아까지 뛰었는데 그 와중에도 난 빵집이 눈에 들어온다.
무뚝뚝한 주인 아저씨
0.5유로치고 괜찮다.
'이제 오모니아역에 왔으니깐 얼렁 가야지'
라고 생각한 순간 눈 앞에서 정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지하철이 운행을 안한단다. 파업이라고는 택시파업이 큰 파업이고 그마저도 택시파업은 길에 무법자가 사라졌다고 시민들이 환호하는 서울에서 온 나는 지하철이 파업을 했다는 이 현실을 받아드리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유럽의 파업이구나. 그럼 나 어떻게 가지?'
대박.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다. 이게 진짜 파업의 대륙 유럽이구나.
어떻게 가긴 걸어가야지... 그렇게 앞뒤로 배낭을 잔뜩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시위대를 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아크로폴리스역으로 걸어갔다.
시간은 이미 훨씬 지났지만 그래도 가봤다. 사실, 이런 일이 생기면 이런 여행에서는 그냥 그걸로 인연 종료인데 어쨋든 나는 글리파다에 가야만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곳으로 왔다. 연락이 혹시나 될까해서 또! 빵집으로 가서 빵 하나에 와이파이를 얻었다.
또 빵! 빵빵!
빵빵빵! 근데 너무 맛있네
다행히 아주 늦지 않게 두 명과 연락이 되었다. 둘 다 파업에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인 것 같았다. 나야 뭐 남는게 시간이니깐 천천히 걸어오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니 남자인 B가 도착했고 여자인 A는 바로 글리파다로 간다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글리파다로 갈 트램도 파업이라는 것.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모를 상황에서 신기하게 여유가 더 생긴다. 그냥 설렁설렁 걸어가기로 한 뒤에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뭐 그리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때양볕에 혹사를 어느 정도 당하고 나니 트램이 보이기 시작한다.
파업을 하니 택시 천국이다. 길은 전부 막혔고 크랙션 소리는 온 동네에서 다 들린다.
경비
- 빵 €0.5
- 지하철 €1.4
- 또 빵 €2.8
- 선물 €36.55
- 저녁 €15
- 호텔 €38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999RUB + $639.96 + €66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