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아테네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시각을 잘 알아봐야 한다.
밤 12시가 넘어서도 버스가 다니는 서울을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오후 10시에 버스 정류장에 나왔을 때 이미 끊겨있었다. 유럽 중에서도 노조의 힘이 굉장히 쎈 그리스이기 때문에 절대 대중교통이 늦게까지 다닐 것이란 예측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심지어 대낮에도 시위하느라 안다니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밤이라고 잘 다닐까. 그리고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아무리 그리스여도 호텔 근처까지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지 나온다. 아니면 직원에게 반드시 물어볼 것.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우버나 택시를 타거나 낮에 도착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근데 이건 비싸잖아!!
2. 밤에 절대 걸어다니지 않는다.
이 동네는 서울이 아니다. 치안이 매우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밤거리가 위험하다. 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해 굉장히 무섭게 느끼지만 내가 느끼기에 러시아의 치안은 아테네에 비하면 범죄율 제로에 도전하는 도시의 느낌이다. 고담이 실제로 있다면 아테네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밤의 치안은 굉장히 나쁘다. 실제로 아테네에서 차가 끊겨 11시쯤 걸어다니니 저 멀리서 나를 향해서 기다리라고 외치는 소리가 한 블럭 지날 때 마다 들린다. 특히나 오모니아 근처는 밤에 비명소리와 병깨지는 소리가 하루에 한 번 정도 들린다. 나처럼 멍청하게 혼자 걸어다니는 짓은 절대 안하길 바란다.
3. 시간이 되면 지중해 바다에 꼭 들어가본다.
아테네에서 트램타고 1시간 반정도가면 글리파다이다. 꼭 글리파다가 아니더라도 좋다. 아테네의 유적들은 공부 안하면 솔직히 별로 감흥도 없는 돌덩이들의 연속이고 돌아온 뒤에 대뇌에 기억으로 남아있지도 않다. 하지만 지중해 바다의 투명한 물과 여유로움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다. 하루 정도는 꼭 시간을 내서 지중해에 빠져서 이 지역 특유의 게으름과 음식을 즐기기를 정말 강력하게 추천한다.
4. 그리스 역사책 하다못해 가이드 서적이라도 정독을 하고 유적을 보러 간다.
아테네에는 정말 많은 유적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돌덩이들만 널부러져 있는 모양새다. 그 돌덩이들에게서 감동을 받으려면 사전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탈 정도로 뜨거운 태양 아래서 뭔가 유명해서 사람들이 쳐다보기는 하는 희멀건 돌들 앞에서 갈증과 싸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역사책을 읽을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으면 가이드 서적이라도 하나 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가이드 서적들도 이 부분에 소홀히 하지 않아서 한 권만 읽어도 도움이 많이 된다.
5. 식사에 와인은 필수, 귀국할 때 올리브유도 필수.
서유럽을 제대로 여행해보지 않아서 얼마나 그리스 물가가 싼지 체감이 확 되지는 않지만 거의 절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특히나 그리스 와인은 우리가 잘 모르지만 이탈라이와 스페인과 거의 유사한 남부 유럽에 위치한 그리스 특성상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정말 싸고 맛있다. 한국돈 약 만원정도하는 와인이면 한국에서 마트에선 4-5만원 식당에선 10만원이 넘는 와인으로 둔갑한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와인을 많이 마시자.
그와 함께 올리브유도 정말 좋다. 그리스 샐러드란 것이 사실 별 것 없고 채소랑 치즈 싹둑썰기한 담에 올리브유 콸콸 쏟아 부은게 다다. 그런데 그 맛이 너무 좋다. 이게 다 올리브유 때문이다. 그래서 귀국할 때 부모님이나 친구 선물로 올리브유가 최고다. 다만, 올리브유에 종류가 좀 많은데 말하기 좋아하는 그리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정말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언어가 딸려서 못하겠다면 병에 든 올리브유를 사서 가져오면 된다. 마트에서 올리브유를 고를 때 사람들이 침 튀겨가며 올리브유는 병에 들은 엑스트라가 최고라고 병을 내 바구니에 넣어버렸다. 플라스틱은 가짜라며 꼭 병에 들은 것 사라고 조언하며 이탈리아 맛없으니 그리스 것 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6. 파업에 항상 귀를 기울이자.
지하철이나 트램에 A4지로 언제 파업을 할 것인지 써놓는다. 파업은 이 나라에선 일상처럼 느껴진다. '파업하면 택시타지 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파업하면 아테네 모든 길이 바로 꽉 막힌다고 생각해야한다. '파업하는 날은 하루종일 걷는 날'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숙소에서 가까운 관광지를 그 날 보도록 하자.
7. 아무리 돈이 없어도 오모니아에서는 자지 않는다.
말 그대로이다. 저기서는 숙박하지 않는다. 싼 값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방을 구했는데 밤에 무서워서 물도 사러 못나간다. 내가 타고난 쫄보이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낮에도 돈내놓으라고 할 분위기다. 가격이 너무 중요하면 에어비앤비를 잘 찾아보자. 호텔과의 가격차이가 지역마다 심해서 두번째 옵션정도로 여겨지는 서비스이지만 아테네에는 싸고 좋은 에어비앤비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