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과 바람한테 싸다구랑 스트레이트를 계속 얻어 맞았더니 몸이 으슬으슬 춥다. 이런 것까지 다 계산을 했는지 오늘 마지막 여행지는 산방산 온천이다. 우리누나 그동안 영화 촬영지 보러 다니더니 촉이 장난 아니다. 제주도 반 잘라서 한 바퀴 돌았더니 온몸이 쑤셨는데 정말 잘됐다.
저 멀리 보이는게 산방산이다. 엄마는 계속 한라산이냐고.
온천
제주도에서 유명한 온천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정말 엄청 넓다. 이 넓은 주차장을 거의 다 채울 정도로 차가 있으면 얼마나 사람이 많을지 상상이 안된다. 온천은 조용히 혼자 하는게 제일 좋은데 불안하다. 일본도 한국도 온천 내부를 사진으로 찍는 것은 제한되어있다. 알몸인데 사진찍게 하는게 더 이상하겠지.
산방산 온천에는 노천탕이 있어 노천탕을 이용하려면 수영복을 챙겨야 한다. 우리는 미리 정보를 알고 수영복을 챙겼는데 안가져와도 돈 주고 빌릴 수 있다. 이 추운날 노천탕이라고하니 머리속에 떠오르는게 일본 관광 광고에 나오는 원숭이들만 계속 생각나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원숭이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누가 '저 사람들은 원숭이들처럼 왜 저러고 있냐?'라고 비꼬아도 한 번 피식 웃어주며 '이 맛도 모르는 불쌍한 놈들'이라며 유유히 즐길 수 있겠다.
적당히 감기 안걸리게 노천탕을 즐긴 뒤에 실내탕에 들어갔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온천에는 그 곳 온천을 가장 제대로 즐기는 법이 적혀 있는데 다녀본 온천들 중에서 산방산 온천이 가장 복잡하다. '어떤 탕에 들어가서 몇 분 정도 있다가 다른 탕에 들어가서 또 몇 분 있고...' 이런게 3-4개 연달아 있다. 온천을 마치 프랑스 정식 요리 먹듯이 '음... 애피타이저 탕에 먼저 좀 들어가야겠군. 엇 이제 애피타이저는 충분히 즐겼으니 메인에 몸을 담가볼까?'하는 식이다. (물론, 직접 드시는건 안됩니다)
일본의 온천수는 확실히 피부가 뽀송뽀송해지는 마법같은 물이었다면 여기는 피부보다는 통증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식 코스를 한 바퀴 돌고나니 몸이 풀리면서 뻐근했던 곳들의 통증이 없어진다. 태국 마사지같은 것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한국이니 너무 비싸겠지.
목욕을 전부 다 마치면 찜질방이 나온다. 찜질방이라기보다 집에 바로 가기는 싫고 같이 온 사람들끼리 누워 쉬는 곳인데 사람이 너무 많다. 애들이 방방 뛰어다니고 아줌마들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다보니 그닥 편히 쉴 곳은 아니다. 찜질방과 매점과 분식집이 합쳐진 식당도 함께 있어 정말 정신없다. 깔끔하게 온천만 하고 호텔 근처에서 밥 먹고 호텔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