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엔 참 예술가들이 많다. 지금 활동을 하는 사람들, 커피숍을 하면서 간간히 작품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죽어서 작품과 이름을 남긴 사람들, 어느 지역을 방문하면 이 셋 중 하나의 부류를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나는 처음 듣는데 그 업계 사람들이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늘 방문하는 김영갑갤러리의 원주인인 김영갑도 그 중 한 명이다.
가기 전 누나의 브리핑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은 사진 작가로 유명하며 작가보다는 그 안에 정원이 예뻐서 가는 것.'으로 정리된다. 브리핑에서부터 이미 재미가 없다. 큰일이다. 박물관 가고싶다
한라산의 옛이름이 '두모악'이구나!
들어가자마자 입장객들을 반겨주는 턱주가리에 레프트 훅 한 대 맞은 언니.
정원이 예쁘다 했는데 정말 잘 되어있다. 신기한 꽃들도 많고 걷기도 좋게 되어 있다.
들어가면 정원이 나오고 김영갑이 생전에 찍은 사진이 전시된 공간과 그 뒤로 커피숍이 있다. 나처럼 예술과는 별로 친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은 정원에서 꽃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전시장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사진이라서 부담이 좀 덜하고 찍힌 사진들이 제주에 대한 기록같아서 현재의 제주와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몇 일 전에 다녀왔던 곳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보고 있으니 '타임머신 타면 이런 기분이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렇게 말한 것은 그나마 뭐라도 느끼고 싶을 때 이야기고 대체로 5분 안에 밖으로 나올 것이다.
커피숍, 독특하게 무인 커피숍이다.
커피도 내가 만들고(그것도 500원짜리 캡슐커피) 서빙도 내가 하고 설겆이도 내가 하는데 전부 다 사장님이 해주시는 우리 집 앞 커피보다 천원 싸다. 심지어 카드 계산도 안된다. 김영갑 선생이 장사도 잘하셨나보다.
눈 와서 신난 동네 멍멍이 이 집에서 키우는 걸지도
이웃집의 토토로가 생각나는건 나뿐인가. 너무 똑같은데.
이 공간에서 가장 예쁜 것은 길이다. 길 하나는 정말 좋다. 눈이 와서 그런지 애들이 별로 없었는데 애들이 신나게 뛰어다니기 정말 좋은 길이다.
화장실 표시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황홀한 공간이겠지만 일반사람 특히 일반 남자들에게는 그냥 길이 예쁜 곳이다. 아마 대부분 여자친구나 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올 남자들에게 일단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벌써 유채꽃이 예쁜게 폈다. 그리고 이런 곳에는 사진찍는 자릿세 받는 사람들이 하이에나처럼 눈을 부릎뜨고 기다리고 있다. 제주는 이제 서울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이고 필리핀보다도 더 돈을 달라는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