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밖에 나와서 친구랑 국립중앙박물관에 구경하러 갔다. 가기 전에 점심을 해결해야 비싸다고 소문난 박물관 식당밥을 안먹을 것 같아 근처에서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이촌동이야 일본거리부터 시작해서 맛있으면서 작은 가게들이 많은 곳으로 워낙 유명해서 조금만 검색하면 맛집에 갈 수 있다. 크게크게 가게를 넓히는 대세와 다르게 소박한 맛이 남아있는 매우 재미난 지역이다.
메뉴는 이촌동에 자주 온 친구가 정한대로 중국요리다. 그 중에서도 유린기를 먹겠다고 하는데 어짜피 돈은 너가 내니 알아서 하라 하였다. 비싸고 맛난거 사주면 나야 좋지.
처음에 정한 곳은 친구가 유린기 맛있다고 세 번은 말한 '동강'이란 중국집이었지만 버스타고 한 정거장 가야할 거리여서 포기하고 다시 검색했다. 눈에 띄면서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던 가게가 오늘 소개할 '금홍'이다. 일단, 수요미식회에 나온 가게여서 입소문은 제대로 탔다. 소개된 메뉴도 동강과 같은 유린기여서 동강이 맛있는지 수요미식회에서 추천한 금홍이 맛있을지 비교해보기로했다. 그렇게 폭염주의보가 발동된 이 쪄죽을 것 같이 더운날 뜨거운 유린기를 먹으러 아지랑이까지 눈에 보이는 아스팔트 길을 10분동안 걸어갔다.
생각보다 가게가 정말 작고 깔끔하다. 그리고 마크로 사용하는 이미지는 아무리봐도 트위터 이미지같다.
음식 나오기 전 카메라 테스트.
지은지 얼마 안됐는지 리모델링을 한지 얼마 안됐는지 실내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깨끗하다.
메뉴
가격은 대체적으로 비싼 것 같다. 영어로 쓰여 있지만 영어를 읽어서는 무슨 음식인지 전혀 감이 안올 것 같다. 차라리 사진으로 대체하는게 어떨까 생각했다. 생각만.
우리가 시킨 메뉴는 유린기 하나, 사천탕면 하나, 짜장면 하나다. 친구가 너무 더워서 짬뽕은 못먹겠다고 짜장면을 시켰다. 중국냉면처럼 시원한 메뉴가 하나도 없는게 아쉽지만 폭염주의보가 발동되서 핸드폰에 경고 문자가 앵앵~ 울리는 날에도 12시 땡하자마자 줄이 생기는 가게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냥 이런 날 중국요리 먹겠다고 온 우리가 미친놈이다.
참고로 시간이 널널하신 분이라면 11시반 정도에 와서 식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점심시간이 되니 가게가 꽉차고 테이블이 10개가 되지 않는 작은 동네 가게이며 음식이 급하게 먹기엔 무거운 음식들이라 시간이 좀 걸린다. 음식은 빨리 나오는 편이다.
3만원짜리 유린기. 둘이 먹기에 양이 적당하다. 셋부터는 좀 아쉬울 것 같다.
카메라 화이트밸런스를 실내로 바꿨어야 했는데 태양광으로 그대로 두니 전체적으로 노랗게 나왔다. 사진보고 확인했어야 했지만 먹는게 더 급했다.
짜장면이 중국에 없듯 사천에 없는 사천탕면.
포커스고 뭐고 대충 찍고 먹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음식을 먹는 중간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 정확히 안찍는게 아니라 못찍는다. 정신차리면 빈그릇이라... 먹을 땐 먹는 것과 수다에만 집중합시다!
유린기를 먹으러 온 식당이지만 유린기보다는 사천탕면에 푹 빠졌다. 면은 뭐 그렇게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지만 한치, 버섯이 괜찮고 국물이 시원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한치다. 한치 맞겠지... 대개 중국집 짬뽕들은 팔팔 끓여서 오징어고 버섯이고 부드럽기보다 질겅질겅 씹어먹는 맛이지만 이 집 음식들은 부드러운 맛이 돋보인다. 글을 이렇게 감정없이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와!!! 우오오오!!! 한치한치!! 엄청 맛있다!!! 우와 이거 버섯이야 오뎅이야!!!'하며 먹었다. 면은 빼고 해산물이랑 버섯, 야채를 더 넣어서 사천탕으로 따로 팔면 진짜 좋을 것 같다. 여기 사천탕에 공깃밥 하나요! 그러고보니 난 한 번도 사천탕면을 먹어본적이 없으니 어느 중국집을 가든 일반적으로 다 이정도 맛은 뽑아내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 맛있어서 그럴 일 없을거란 생각을 한다. 무슨 정신병도 아니고
유린기도 괜찮다. 소스도 한국 사람들 좋아하는 시고 달달한 맛이고 고기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게 먹기 참 좋다. 야채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냥 괜찮은 정도인 이유는 튀김옷이 고기랑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따로따로 놀아서다. 어디 얼마나 괜찮은 유린기인지 비교하겠다고 눈을 부라리고 온 친구도 유린기는 동강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그럼 다음 번 식사는 동강에서 하기로. 지들끼리 본격 유린기 전쟁
짜장면은 인스턴트로 파는 생짜장면같은 맛이다. 2천원 더 내고 사천탕면을 먹던가 집에서 짜파게티 먹는게 낫다. 진짜 생짜장 사다가 파셨을지도
가격이 일반 중국집보다 20%정도 비싸서 쉽게 가기는 어려운 곳이지만 술먹고 헤롱댈 때 사천탕면 하나 거하게 먹기 너무 좋은 곳이다. 이 가게에서 유린기를 시키든 탕수육을 시키든 아무것도 안시키든 그건 개인의 마음이지만 이런 고민을 하기 전에 사천탕면을 1인당 한그릇씩 일단 시키고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