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니깐 배가 출출해진다. 이 때가 약 두 시에서 세 시 넘어가는 때였다. 나는 신기하게도 규칙적으로 학교나 회사를 다니면 삼시세끼 꼬박 먹어도 배가 고픈데 밖에 나와 여행을 하면 하루에 한 끼나 두 끼만 먹어도 배가 그리 고프지 않다. 오늘도 아침에 토스트 빵 한 조각 먹은게 전부인데 이제서야 배가 고프다.
선데이 마켓이 열리던 가야 스트리트에 맛있어 보이는 집들이 많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특히 중국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중국에 유명해진 레스토랑들이 유독 가야 스트리트에 많은 것 같다. 혼자 먹는데 기다리는 것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 조금 걸었더니 동네 주민들이 이용할 것 같으면서 사람이 적당히 있는 가게를 찾았다. 가게 이름은 '무스타파 마주'.
24 JAM은 추측컨데 24시간 영업을 의미할 것 같다.
안에 들어가서 뻘줌하게 혼자 두리번거리다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며 손을 들었다. 한 눈에 봐도 말레이시아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인도나 파키스탄 사람 같았다. 들어올 때 이슬람 음식을 판다고 쓰인 것으로 봤으니 아무래도 파키스탄 사람인가 보다. 우선은 밥을 먹어보고 싶어서 가지고 온 블로그보다 못한 여행책에 쓰인대로 나시(밥) 고랭(볶음)을 시켰다. 치킨과 비프 중에 고르라고하여 절대 배신하지 않는 치킨을 주문했다. 거기에 음료는 어떤걸로 할거냐고 물어봐서 망고 주스를 주문했다.
이미 가게 안에 서양 여자 둘이 밥을 먹고 있고 주인 아저씨도 별로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내 말을 알아 들으시는 것을 보니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집인가 보다. 그냥 코타키나발루 전체가 이태원같다 주문을 하고 가만히 지켜보니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전부 뷔페에 가서 쓱쓱~ 담아 온다. 아무래도 이 집의 시그니처는 저 뷔페인 것 같은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주문한게 나올 때까지 멀뚱멀뚱 있어야겠다.
배드민턴을 방송으로 보여준다.
너무 궁금해서 슬쩍 보고 사진도 찍었지만 선뜻 접시를 들고 퍼내기는 어려웠다. 몇 개는 꽤 맛있어 보였는데 아쉽다.
밥에 비벼먹는 소스. 빨간 소스는 새우젓같이 생겼는데 굉장히 맵다. 우리나라의 매운 맛이 아니라 더운 나라의 입 쪽에 강한 자극을 주는 그 매운 맛이다. 검은건 뭔지 몰라도 엄청 짜다.
치킨 나시고랭과 망고 주스
10분정도 됐을까 치킨 나시고랭과 망고 주스가 나왔다. 우선, 치킨 나시고랭은 예상한 것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밥알이 날리는 밥이지만 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퍽퍽한 느낌이 계속온다. 짠 것같은데 막상 목을 넘길 때는 밍밍한 느낌이다. 검은 소스를 뿌리면 너무 짜고 빨간 소스를 뿌리는 너무 맵다. 빨간 소스를 아주 조금 묻히듯이 섞고 된장국을 조금 부어서 먹으면 꽤 괜찮아진다. 가격에 비해서는 굉장히 훌륭한 음식이지만 가격을 빼면 또 먹으러 올 것 같지는 않다.
망고 주스는 너무 괜찮다. 망고 주스를 나시고랭에 좀 부어서 먹으면 엄청 괜찮은 트로피컬 볶음밥처럼 될 것 같지만 다 먹은 뒤에 생각이 나서 실제로 시도는 못했다. 그래도 이 두 개를 합해서 3천원이니 가격면에서는 따라올 수가 없다. 정말 압도적으로 싸기 때문에 더더욱 저 뷔페가 궁금했다.
그리고 가격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꼴랑 3천원 시키면서 이거 뭐냐고 물어보고 저거 뭐냐고 물어보는 나를 엄청 진지하고 부드럽게 다 설명해준 주인과 종업원들의 친절도는 3천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굳이 추천할만큼 입맛에 맞은 집은 아니다. 일단 여행 중에 먹는 곳이니 일기 쓰듯이 쓴다. 하지만 그래도 지나가다가 한 번 뷔페 시도해 보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지도 모른다. 입맛에 맞든 안맞든 돈 쓰고 기분이 좋아질 곳이다.
젠장, 무스타파 마주 커리 하우스다. 카레를 먹었어야 했네.
경비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x 300원 하면 한국돈으로 계산 됩니다)
- 수영팬티 RM 79.9
- 물티슈 등등 생필품 RM 19.46
- 썬크림 두 개 RM 64.75
- 이미르 RM 4
- 옷 세 벌 RM 85
- 담배 RM 18.1
- 물 RM 2
- 비치(beach)용 돗자리 RM 18
- 물 RM 1.2
- 점심 RM 10.3
- 8월 30일까지 방 값 RM 153
- 이마고 -> 탄중아루 Grab비 RM 10
- 탄중아루 -> 이마고 RM 10
- 스프라이트, 과자 RM 4.7
- 저녁 미고랭 RM 8
하루 쓴 비용 : RM 488.41
여행 총 경비 : 2875000원 + RM 59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