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도 없고 숙소도 좋아 컨디션에 전혀 문제가 없는 아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없던 여행 계획이 생긴 것은 아니다. 일어나서 집에서는 먹지도 않던 아침을 다 챙겨 먹고는 '과연 내가 오늘 뭘 해야 서울에 있는 인간들을 배 아프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것처럼 코타키나발루 시내 한 바퀴 걷고 오기로 했다. 걸으면서 할 일도 정했다. 환전과 멍청하게 집에 고이 두고 온 수영팬티 구매와 안 바르면 병원으로 갈 수 있다는 SPF110 선크림 구매다. 쇼핑이 주된 일과가 될 것 같아 쇼핑몰을 위주로 지도에서 확인하고 걷기 시작했다.
쇼핑몰 사진이 대부분이라서 사진 편집 없이 그냥 리사이즈만 해서 올렸다. 사실, 편집 할 줄 모른다. 그리고 중간에 썬데이 마켓을 들렸지만 그건 따로 포스팅하려고 일부러 제외했다. 또, 막 돌아다녔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틀린 쇼핑몰 설명을 할 수도 있다. 최강의 무책임
코타키나발루를 걸으면 8-90년대에 5층짜리 아파트가 수두룩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저렇게 정겨운 빨래들이 널려있었는데 요즘엔 주택가에서도 보기 힘들다.
우선, 환전하기 위해 한국인들의 환전 메카인 "위즈마 메르데카(Wisma Merdeka)"로 걸어갔다. 걷다 쓰러질 뻔 했다. 그랩을 이용합시다. 그랩 위즈마 메르데카 안의 환전소는 한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유까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쉽게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쉽게 짐작이 되는데 그건 바로
"그냥 블로그에서 여기 가라고 해서 왔더니 다들 한국 사람들뿐이더라"
이다. 다들 땀 뻘뻘 흘려서 왔지만 막상 도착한 뒤에 받아든 액수를 보면 "뭐야 그렇게 차이 크게 안 나네?"라고 한마디씩 한다.
조금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한국인과 중국인에게서 이런 풍경을 보기가 쉽다. 어떤 레스토랑이나 액티비티의 모집 인원을 딱 보기만 해도
'음, 이 집은 중국 여행책이나 블로거가 소문을 냈군'
이거나
'여기는 어떤 한국 블로거가 잘 써줬나 보군'
식의 느낌이 바로 전달된다. 동아시아 사람들만의 여행문화랄까? 보다 보면 굉장히 재미있고 우리만의 문화라 나름 자부심 같은 것도 생긴다. 아무래도 우리나 중국인의 경우 코타키나발루가 가까운 거리여서 싸게 쉬고 온다는 느낌이지만 내가 만난 서양인들은 어떤 특정한 곳 (대체로 코타키나발루에서 엄청 멀리 떨어진 그리고 엄청 빡센 곳)을 가기 위해 잠시 하루 정도 체류하는 곳이다. 따라서 도시에 대해 알아보기보다는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국민성과 이런 시간 소비의 목적이 다름으로인해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동아시아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드는 것 같다.
위즈마 메르데카의 문은 동서남북 사방팔방 퍼져있어 딱 '이 문으로 들어가야합니다' 하기 어렵다. 그냥 아무 문이나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컨 쐬면서 1층을 한 바퀴 휙휙 둘러보자. 그러다보면 아래의 환전소가 나온다.
전부 한국인 ㅋㅋ 개인적으로 굳이 여기서 환전을 할 것 까지는 없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즈마 메르데카 안으로 들어올 일도 없으므로 재미삼아 여기서 환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즈마 메르데카를 지나 좀 더 걸어가면 "수리아 사바(Suria Sabah)"가 나온다. 여기가 유명한 것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LOVE 동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얘
내가 방문한 일요일 한낮에는 나 이전에 두 세 팀 정도가 기다렸는데 평소에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동상은 그 유명세때문에도 그렇고 다른 이유로도 꼭 한 번 볼만한데 그 이유는 각 나라의 여자가 각자의 남편과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이렇게 이렇게 찍으라고 가르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히잡을 썼든 핫팬츠를 입었든 머리가 노란색이든 검은색이든 다 필요없다. 어느 나라 남자든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가'하는 표정으로 신중하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지만 그의 와이프는 항상 첫 사진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이 다양한 언어와 각자만의 제스쳐로 반복되는 "오빠! 이렇게 해서 한 번만 더 찍어봐. 이번엔 좀 잘 찍어봐봐"라는 장면을 20분 정도 봤는데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수리아 사바는 바깥 공간만큼 내부도 잘 되어 있다. 특히 에어컨이 다른 곳보다 빵빵하다.
일부러 여자 속옷 찍은거 아닙니다. 이 뒤가 수영복 파는 곳이에요. 저기 아레나 보이잖아요.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제셀톤 포인트가 나온다. 대부분의 섬 투어는 여기서 예약을 한다. 또, 사피섬과 마누칸섬은 이 곳에서 출발하고 돌아온다. 오늘은 그냥 구경만 하러 들어갔는데 정말 내 눈을 뜨이게 만든게 있으니 바로
축구장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 인도어 축구장이 있어서 정말 놀랬다. 이 장소만 있으면 조기축구회의 전지훈련 장소로 코타키나발루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오전 축구 훈련하고 섬으로 가서 스노쿨링 후 다시 돌아와 축구를 또 한 판 한 후 마사지를 받고 기분좋게 한 잔하고 자는 꿈의 스케쥴이 가능한 곳이다. 와이프와 여자친구에게도
"오빠 어디가?"
"응, 조기축구회에서 연습하자고 전지훈련 겸 MT를 가자네. 근방에서 하루 자고 올게"
라고 한 뒤 비행기를 타고 코타키나발루에 있을 수 있다!!! 이 얼마나 그럴싸한 이유와 완벽한 시설이 있는 곳인가. 이런 곳이 있다니 왜 이제 알았을까. 내가 한창 축구를 할 때 알았으면 여기와서 말레이시아 팀과의 A매치 평가전도 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너무 아쉽다. 물론, 귓방망이 쳐맞을 확률같은 것을 나한테 문의하지 말자. 인생은 오류의 연속이다.
이 사람들도 분명 여기 사람들 아닐거야. 다들 근처에서 축구한다고 해놓고 비행기나 배타고 왔을거야.
위에서부터 9AM-3PM, 3PM-6PM.. 순이다. 아침 9시부터 3시간 예약하고 섬에서 돌아오는 4시나 5시부터 2시간 예약하면 딱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귓방망이와 조인트만 조심하면 된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한적하다.
사람들이 잘 안가는 제셀톤 포인트 뒷편(제셀톤 몰 옆)은 매우 한적하면서 낚시하기 좋은 곳이다.
물고기 낚는 모습을 찍고 싶어서 2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하~~~나도 못잡았다.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은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이다. 진짜. 농담 하나도 안하고.
대체로 회색톤의 도시에 눈에 확 띄는 두 건물. 수리아 사바에서 제일 잘 보인다;;;;
대충 볼 것 다 보고나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분명 아침까지는 선선한게 '한국보다 날씨가 훨씬 괜찮네. 에휴 한국은 이제 아열대야~'하면서 한국 걱정을 했는데 점심되니깐 햇살이 진짜 동남아스타일로 바뀌면서 한국이 아니라 내 걱정을 하게 됐다. 왜 화장품 회사가 SPF 50만 많이 만들지 쓸데없이 썬크림 SPF110같은 제품을 만드는지 여기 오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썬크림을 많이 발라서 그런지 한국보다 바나나보트 썬크림이 싸다. 특히 SPF110은 용량도 크고 심지어 스프레이로도 있다. 귀찮은거 싫어하는 나도 어쩔 수 없이 바를 정도니 도착하자마자 일단 썬크림은 하나 사고 시작하는게 좋다. 참고로 한국에서 파는 SPF50으론 택도 없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썬크림 바르고도 화상 입어서 밖에 못나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의 버스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랩과 우버가 힘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카톨릭 교회, 개신교 교회, 중국사찰 등 여러 종교 건물이 있다. 이 부분은 지금도 놀라울 뿐이다.
경찰 또는 군인 아파트이다. 철장 안에 작은 무덤도 있고 놀이터 등등 없는게 없다.
햇살이 UFC글러브 끼고 코너에 몰린 나한테 쉬지않고 펀치를 날리는 것 같은 동남아 대낮 날씨에 10km 정도를 걸으니 물이 연료다. 자동차에 기름 넣듯이 물을 입에 들이 부으면서 걸어 겨우겨우 쓰러지지 않고 집 근처인 이마고에 도착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그랩 타고 다니세요 걸어오며 성당이 있어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직진으로 걸었다. 돌아가면 고해성사할게요.. 그래도 예전에 동남아 왔을 때처럼 탈수증이 오진 않았다. 역시 사람은 학습능력이 놀랍다.
이마고 몰은 가장 최근에 생긴 쇼핑몰이다. 집 근처에 있어서 여행내내 아주 잘 다녔다. 먹을 것도 다양하게 있고 대형마트도 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스타벅스가 있다. 쇼핑몰에 입주한 가게들이 꽤나 고급스러운데 그 고급스러움에 비해 가격(레스토랑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이 적당하다. 적당의 기준은 한국보다 싼 것으로 한국 음식점빼면 그리 비싸지 않게 전 세계 음식을 다 맛볼 수 있다. 다만 레스토랑별 수준은 차이가 확확 나는 편이다.
주말답게 사람들이 정말 많다. 쇼핑몰 중에 가장 방문객 수가 많았다.
밝게 사진을 보정하려다 귀찮아서 그냥...
야외도 깨끗하게 잘 되어 있다.
한국음식은 코타키나발루에서 그리 인기가 없다. 일식집이 불야성인데 반해 한식집은 한산하다.
환전소를 가장 필요로 할 것 같아 위즈마 메르데카만 지도를 올림
경비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x 300원 하면 한국돈으로 계산 됩니다)
- 수영팬티 RM 79.9
- 물티슈 등등 생필품 RM 19.46
- 썬크림 두 개 RM 64.75
- 이미르 RM 4
- 옷 세 벌 RM 85
- 담배 RM 18.1
- 물 RM 2
- 비치(beach)용 돗자리 RM 18
- 물 RM 1.2
- 점심 RM 10.3
- 8월 30일까지 방 값 RM 153
- 이마고 -> 탄중아루 Grab비 RM 10
- 탄중아루 -> 이마고 RM 10
- 스프라이트, 과자 RM 4.7
- 저녁 미고랭 RM 8 하루 쓴 비용 : RM 488.41 여행 총 경비 : 2875000원 + RM 59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