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분들을 위해 미리 알립니다. 휴양지에 혼자 가지 마세요. 특히나 10일씩이나...
1년 조금 넘는 백수 생활을 접는 기념으로 현재 그나마 널널한 친구와 세상이 검은색으로 변한 친구를 데리고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널널한 녀석과는 5박 6일로 앞부분을 잡고 우울신이 오신 녀석과는 3박 4일로 중간을 채우고 마지막 2일 정도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좀 정리하고 백수생활을 마무리하려했다. 그러기 위해 비행기표도 환불이 안되는 싼 표를 구했고 계획도 친구들이 원하는 곳으로 전부 위임했다.
그런데. 그런데!! 아니 그런데!!! 그동안 일이라곤 하나도 없어서 심지어 그동안 출근도 안했다!! 지루해서 죽을 것 같던 녀석이 일 때문에 여행 2주 전에 취소를 했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앞, 뒤로 좀 혼자 돌아다니고 괜찮아 보이는 곳에 같이 가면 되겠네'라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무렵 남은 녀석까지 1주 전에 취소를 통보했다. 야 이 개xx들아!!! 도대체 비행기표를 미리 샀는데, 미리 알려주기까지 했는데!,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휴가를 안내주는 회사는 무슨 심보일까?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러고 사는걸까?
1주 전에 들린 이 뇌출혈 일어날 뻔한 망할 소식을 듣고나서 내가 해야했던 것은 비탄에 빠지는게 아니라 어디를 놀러가야할지 조사부터 해야하는 것이었다. 정말 급했다. 커플과 가족들이 한 3일정도 아무 생각없이 널부러져 쉬고오는 휴양지에 남자 혼자 열흘이나 가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거 진짜 꼭 가야하는건가? 그냥 나도 취소하고 집에 있을까?'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하지만 그러기에 비행기표 27만원이 너무 아깝다. 이 돈이면 맛있는 것을 실컷 먹을 수 있었을텐데 그냥 버리자니 너무 아깝고 가자니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엄청 외로울 것 같은 미래가 암울하다. 김생민이 이 내용을 보면 아마 "스튜핏!!!" 이라고 하겠지 과연 김생민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니 김생민은 아예 비행기표 자체를 안샀겠구나
결국 출발하는 날이 되었지만 정작 정한 것은 호스텔 하나 뿐이다. 그나마 보험이랍시고 들고 가는 것이 별로 대단한 정보가 쓰여있지 않은 조그만 여행책 하나다. 차마 제목은 말할 수 없지만 진짜 여행책 이렇게 쓰지마. 내가 써도 이거보단 낫겠어 이전에 다닌 여행들이라고해서 계획을 잘 세우고 다닌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 곳들은 휴양지가 아닌 역사가 깊은 도시거나 서핑 이나 스쿠버다이빙을 실컷하고 오면 됐지때문에 계획을 세울 필요없이 가서 즐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 다이빙을 할 돈도 없고 가는 곳은 건축물이라곤 모스크 세 개가 전부고 서핑은 호스텔 주인도 그런 사람 못봤다고 그러고 유일하게 할만한 액티비티인 스노쿨링을 한 번 하려면 저 먼 바다에 나가야 하는 동네다. '에라 모르겠다' 투어 중에 가장 고난이도가 걸렸다.
혼이 나간 것처럼 멍한 출발일, 평소 공항에 갈 때와 전혀 차이없이 넉넉히 출발했지만 이 여행은 도대체 어떻게 꼬일 생각인지 가는 길이 꽉 막혀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물건도 못받고 겨우겨우 비행기에 올랐다. 이전에는 대체로 여유를 부리다가 마지막에 탔지만 오늘은 버스에 내리자마자 전력질주로 뛰어갔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한테 "죄송한데 제가 30분 남아서 ㅠㅠ 정말 죄송합니다"를 외쳐가며 입장을 했는지 비행기 좌석에 앉으니 다리가 풀린다.
이 여행 가는게 맞는걸까... 비행기에서 자는데 악몽 꾼 것은 처음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