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거하게 마신지라 속을 누가 양손으로 꽉 쥔 것처럼 답답하다. 이런 날 해장을 잘해야하는데 회사에서 계약한 식당이 얼마 안되서 반복적으로 같은 음식으로 해장을 하였더니 오늘은 유독 입맛이 살 지를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왠지 좀 특별하고 맛좋은 점심을 먹고 싶은 욕구가 다른 날보다 훨씬 강해서 어디를 가볼까 출근하면서 계속 생각을 했다. 강한 향신료나 자극적인 매운 것보다 입을 깔끔하게 하면서 해장이되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 딱 떠오르는 집이 없었다. 그렇게 출근지하철에서부터 혼자 쩝쩝거리면서 해장으로 먹을 것들을 상상하다 불현듯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 식당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같이 일하는 몇 명한테 빕 사주겠다고 꼬셔서 그 곳으로 갔으니 그 곳이 바로 우작설렁탕이다. 누가보면 무슨 대단한 일 한줄 알겠다
우작설렁탕은 지금 회사를 다니기 전에 한 번 먹어봤다. 여기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잘 구분 못하는 내가 '이 집 설렁탕 굉장히 맛있다~'라며 바닥이 보이게 먹은 집이다. 이미 허영만의 식객에도 나왔고 맛집소개하는 티비 프로그램에도 심심치않게 나온, 이미 인정을 받을만큼 받은 집이다. 이정도면 분점을 내서 크게 키울 법도 한데 사장님이 욕심이 없으신지 지하에 위치한 식당에서 확장도 하지 않고 계속 영업 중이시다. 심지어 1층도 아니고 지하다
우작설렁탕에 소개된 음식은 주로 도가니수육이나 전골등이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설렁탕만 먹어봤다. 뭔가 돈없어서 먹는 느낌이지만 이 집의 설렁탕은 가장 저렴한 음식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고 내놓는 음식이라서 상관없다. 그걸 어찌 아냐고? 사실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대충 싸게싸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맛있으면 반칙이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나오는 프림을 넣은게 아닐까 항상 의심을 하는 뽀얀 설렁탕과는 달리 맑은 국물의 설렁탕이다. 호주산 고기를 쓰지만 이런 맛이라면 호주산이던 뉴질랜드산이건 아무 상관 없어진다. 다른 곳도 싸구려 한우 쓰면서 돈만 많이 받는 곳보다 좋은 호주산 고기 써주면 좋겠다. 모든 것이 다 좋을 것 같은 집이지만 이집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깍두기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밍밍하고 달기만한 깍두기가 반찬으로 나오는데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정말 입구는 별거없다.
이렇게 유명한 집인데 지하로 내려가는 집은 여기가 유일하다.
오후 1시, 점심 피크타임에 오니 자리가 만석이다. 운좋게 구석에 나가는 사람들과 바톤터치해서 바로 앉았다.
이 가격이면 가성비도 매우매우 좋다. 이 집이 좋은 이유는 맛도 어마어마하지만 가격이 너무 착하다는 점이다.
소금, 후추마저도 포스가 느껴진다.
썰고있는 김치는 겉절이로 맛이 쎈편이고 깍두기는 거의 맛이 안날정도로 밍숭맹숭한 맛이다. 이 극단적인 반찬들은 어떤 포메이션인지 궁금하다.
드디어 설렁탕. 뽀얀 국물이 아니라 맑은 국물이다.
이렇게 한 상이다.
무슨무슨 쉐프가 하는 집에 가도 졸라 기침하고 머리 벅벅 긁어대며 음식하지만 여긴 앞치마에 모자까지 청결함을 제대로 갖추고 일하신다. 진짜 프로들의 공간. 이런분들이 음식하시는 곳이니 지하에 위차한 식당인데도 매우 청결하다.
우작설렁탕은 점심에 속풀기에도 너무 좋고 저녁에 술 한잔 하기에도 너무 좋다. 그냥 음식이 맛있고 만드는 사람들이 청결함에 신경을 많이 쓰니 안좋을 수가 없다. 사람이 많은 맛집들이 대부분 서비스가 안좋은 편인데 이 집은 그나마 종업원을 불렀을 때 잘 봐주신다. 강제로 합석시키거나 먹다 쉬면 휙 치워버리는 곳도 아니므로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줄은 어쩔 수 없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