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한 것도 없는데 비를 맞아서 그런지 너무나도 피곤하다. 이럴 때는 푹 자고 맛있는 밥 한 끼 먹는게 최고인데 입맛이 너무나도 없다. 괜시리 이마고몰에 가서 한 바퀴 돌아봤지만 몸이 너무 지쳤는지 딱히 당기는게 없다. 전까지는 덜했는데 유독 이번 여행은 사람이랑 밥을 같이 먹고 싶고 돈 쓰고 여행하면서 외로움을 엄청 느낀다. 친구들아... 지금이라도 오면 안되겠니...
지하 층을 몇 바퀴 돌았을까,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두리안 주스"가 눈에 확 띈다. 필리핀 애들이 최고의 맛이라고 했고 별명이 무려 "과일의 왕"인데 여태 한 번 먹어보지 못했다. 블로그를 찾아보면 '절대 먹지 마세요', '시체 맛'이란 글도 보였지만 '나는 괜찮겠지'라고 말하며 하나 주문했다.
내가 정말 힘들었나보다. 사리판단이 불가해지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이 앞서 나갔다. 어떠한 다른 유혹도 없이 다이렉트로 코에 정확하게 꽂는 이 오줌 지린 것같은 냄새를, 그것도 주스 가게에서 가장 비싼 음료를 한 번 먹고 냄새 맡겠다고 주문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먹어볼만 하다고 표현했지만 난 그 사람들은 분명 몸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걸 어떻게 먹어!
표현을 잘 못하지만 그래도 먹은 느낌을 글로 적어본다면
코로 맡아지는 냄새는 약한 오줌 지린내가 나는 화장실 냄새고 한 입 먹었을 때의 식감은 갈은 홍시를 먹는 듯하였으며 입 안으로 들어와서 대뇌를 자극하는 맛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뇌가 과부하를 일으키며 당장이라도 멈출 것 같은 맛이었다.
여행을 갔는데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가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 싶으면 두리안 주스를 추천한다. 아마 한 끼 혹은 두 끼정도는 음식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것이다.
과일의 왕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인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버리고 나왔다. 나올 때 가게 종업원들이 많이 남긴 것에 약간 놀란 것 같은 눈치다.
1층으로 올라와 숙소로 돌아오려는데 전통의상을 입은 퍼포먼스 팀이 공연을 펼친다. 한참을 재밌게 구경 하는데 어쩌다보니 오늘 같이 여행을 한 필리핀 애들과 우연히 또 마주쳤다. 아까 헤어졌지만 서로 몇 년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뭐 먹었냐, 이제 어디가냐 서로 안부를 묻다가 기념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고 각자의 길로 갔다. 내일부터는 누구랑 친하게 지내며 놀아야할까? 혼자 여행하며 사색을 마치고 외로움의 단계로 접어든 의도치 않게 혼자 여행온 여행객의 일상적인 고민이 또 시작된다.
경비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x 300원 하면 한국돈으로 계산 됩니다)
- 투어비 RM 150
- 물 RM 1.95
- 물, 담배 RM 18
- 9월1일까지 방 값 RM 72.1
- 두리안 쉐이크 RM 9.9
- 칼스버그 맥주 RM 22
하루 쓴 비용 : RM 273.95
여행 총 경비 : 2875000원 + RM 132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