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남자 여행객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읽어보면 된다. 정말 '심심하다 심심하다'는 말을 꿈 속에서까지 되내이다 눈에 들어온게 있으니 바로 '동물원'. 이전에 시드니 출장을 가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주말에 동물원을 못다녀온 것이었다. 캥거루, 코알라, 웜뱃등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못보고 돌아왔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갑자기 그 생각이 침대 위에서 나더니 '이 동네에는 동물원이 혹시 없나?'라고 찾아보니 바로 '록카위 동물원'이 검색되었다.
바로 그랩을 잡아 타고 록카위 동물원으로 이동했다. 말레이시아답게 울창한 숲 속에 있는 록카위 동물원은 정말정말 덥다... 인간적으로 이렇게 나무가 울창하고 그늘이 많으면 시원해야 하지않나? 차에서 내리자마자 턱턱 막히는 숨을 간신히 붙잡으며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다.
기왕 동물원에 왔으니 여러 동물들을 보고 물개박수를 치며 구경할 것을 기대하며 들어갔지만 그건 오로지 나 혼자의 바램이었다. 정오가 되기 바로 직전인 시간이다보니 구경하는 사람도 철창 안에 있는 동물들도 다들 의자와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이게 동물원인지 대규모 사우나인지 모르게 덥고 덥고 또 덥다. 그래도 전부 다 열대우림에서 사는 애들인데 한 마리는 이 더위를 즐기겠지라고 생각한 내 기대와는 달리 전부 그늘에 널부러져 있거나 물 속에 얼굴만 내밀고 있다. 혼자 왔는데 동물들마저 이 모양이니 힘이 더 빠진다.
매표소 앞에는 거의 멸종 직전인 수마트라 코뿔소의 뼈가 있다.
외국인은 20루블, 어린이는 10루블. 9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며 마지막 입장은 4시반까지다
이런 티켓을 하나 주는데 입장할 때 외에는 전혀 검사하지 않는다
빨간 앵무와 그 외의 새들. 입장하면 우선 멍 때리는 새들을 쭉 보게 된다
어느정도 새들을 봤다면 맞은편에 축 늘어진 빈투롱 a.k.a 베어캣을 보게 된다.
새장은 멋지지만 한 마리도 날지 않는 정오의 동물원
엄청 많은 사슴 중에 얘가 이 동네 마스코트인 것 같다. 다 똑같이 생긴데다 다 그늘에 벌러덩 누워 있어서 누군지는 보지 못했다
오늘 처음으로 때양볕에 몸을 내놓은 유일한 동물이다. 새끼인 것 같은데 먹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질까봐 걱정이 조금 된다
그늘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코끼리들. 아시아 코끼리들이라서 크기는 작았지만 똥은 정말 크다
길에 여러 동물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이 자세로 사람들을 반겨주는 말레이곰
문자 그대로 들어가서 심장 마사지해서 살려줘야 하는가 싶었다
지겨워 죽으려고 하는 오랑우탄
안이 더 시원한지 계속 문 열어 달라고 잡아 당기고 퍽퍽 치고 화를 냈다
이 섬에만 사는 코주부원숭이 또는 긴코원숭이다. 영어로는 프로보시스 먼키(Proboscis monkey) 이 원숭이를 보려고 따로 투어가 있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유명인사다.
도대체 여기 왜왔나 싶어하던 관광객들을 전부 웃음짓게 만들어준 새끼 코주부원숭이. 보이는게 전부 신기한지 일단 입에 넣고 뱉고 사람도 물끄러미 보다가 갑자기 무서운지 엄마한테 쏜살같이 달려간다.
한국어로 '산미치광이'인 호저. 지금은 그냥 '잠만 자는 미치광이'.
동물원에 오면 대개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던가 사파리에 있는 동물들한테 어떻게 먹이를 줄까 이런 생각들을 하지만 록 카위 동물원은 좀 다르다. 여기는 어떻게 하면 그늘에서 시원하게 있을까하는 생각을 동물과 인간 모두가 함께하는 매우 공평한(?) 곳이다. 포스트도 그냥 이 한 페이지에 사진을 다 올려서 버릴까 했지만 나중에 볼 때 너무 길지 않을까 싶어 2개로 나눠서 올린다. 양이 많은 것이지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 미래의 나는 꼭 인지하길 바란다.
그나마 록 카위에서 구경을 할만한 시각이라면 아침 일찍이거나 2시-3시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것이지 그냥 여긴 더운 나라에 더운 지역이라는 것을 참고하면 된다. 물은 1L씩 반드시 필요하고 썬크림은 UV110이 필수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동물원을 보고 나온다는 목표로 보기를 권장한다.
그럼 2부에...
경비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x 300원 하면 한국돈으로 계산 됩니다)
- 9월 4일까지 숙소비 RM 120
- 록카위 이동 RM 25
- 음료 RM 3
- 록카위 동물원 입장료 RM 20
- 콜라 RM 2
- 숙소 이동 RM 20
- 점심 RM 20.3
- 제셀톤 이동 RM 7
- 만타나니 나나문 투어 예약 RM 230
- 레프링 예약 RM 160
- 탄중아루 이동 RM 7
- 아이스크림 RM 9.5
- 숙소 이동 RM 8
- 하드락 카페 이동 RM 5
- 하드락 카페 핀 구입 RM 112
- 하드락 카페에서 저녁 RM 102
- 숙소로 이동 RM 5
- 음료수, 간식 RM 20.9
하루 쓴 비용 : RM 876.7
여행 총 경비 : 2875000원 + RM 25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