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이라는 맛집이 즐비한 곳에서 이사를 와서 그런지 집 근처에 맛있는 음식을 파는 집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왔다. 고려대 앞에 가면 조금 있다고 하는데 그냥 이 동네 고만고만한 식당들 사이에서 유명한 정도지 누구한테 알려주기는 꺼려지는 곳들이다. 그렇게 미각을 잃고 주는대로 먹나 싶었는데 굉장히 괜찮은 고기집을 발견했다.
종암골 생고기
가족 저녁 외식으로 피자나 회가 아닌 고기를 먹기로 한 것이 오랜만이다. 고대 앞까지 갈까했지만 전부터 눈여겨 봤던 '종암골 생고기' 집을 방문했다. 주말이고 저녁이 막 시작한 터라 평범한 규모의 고기집에 테이블이 텅텅 비었다. 그럼에도 옆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귀에 바로 꽂히는 듯 울린다. 조용한 식사를 하는 곳은 아니다.
별 기대를 안한터라 가격을 찍지 않았다. 대체로 가격은 비싼 편이라서 '너무 비싼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삼겹살 200g이 1만5천원, 생고기 모듬 200g이 1만5천원이다. 가격표는 다음에 또 방문하면 (한 번이 아니라 자주 갈 듯 하다) 그 때 찍기로.
"비싸지만 고기 질은 정말 좋습니다"
가격이 비싸서 걱정했지만 사장님이 정말 좋은 고기 가져온다고 하시는 바람에 걱정하는 티도 내지 못했다. 직접 맛있게 구워주시고 한 입 먹어보니 정말로 좋은 고기의 맛이 난다. 다른 고기집과 확연히 다른 맛이다. 한접시를 시키면 구워 주시기 때문에 가장 맛있게 구워주시는 부분도 있고 고기 자체가 육즙도 엄청 풍부하여 오래된 고기 맛이 전혀 나지 않는 아주 맛있는 맛이 난다. 일단, 고기를 태우거나 웰던으로 뻑뻑하게 굽지 않고 흔히 말하는 야들야들하게 구워주신다. 한 입 배어물면 너무 익힌 고기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육즙이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처음 한 입 배어 물었을 때는 '이건 고기 기름이 나오는건가?'라며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게 바로 그동안 몰랐던 돼지고기의 육즙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되었다.
"첫 고기는 그냥 아무것도 찍지 말고 드셔 보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사장님의 자신감만큼 고기가 괜찮은 집을 오랜만에 온 것 같다. 거기에 계란찜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계란찜도 퍽퍽하지 않고 잘 쪄 주셨다. 24시간 영업하는 집인데 이런 품질이라면 대단하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돼지고기의 기세를 이어서 소고기도 시켰지만 소고기는 실패다. 미국산에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역시나 완전 꽁꽁 얼은 소고기가 나왔다. 구워서 먹어보니 돼지고기가 아른거리는 이상한 경험만 하게 되었다. 차라리 같은 가격의 돼지고기를 한 번 더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 뒤, 몇 번 더 가서 생고기 한접시를 먹고 왔다. 배달은 되지 않지만 포장은 되기 때문에 포장하여 집에서 먹기도 했다. 포장시에는 2인분 이상만 해주시기 때문에 혼자 사시는 분들은 조금 고민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점심 이전에는 이렇게나 한가하지만 11시 반부터 미어터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