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침 풍경이 활기가 넘치지만 관광지의 아침은 더 활력이 넘친다. 관광지의 아침은 이 동네를 한 번 제대로 구경하겠다고 나선 관광객들과 그 관광객들을 잠깐이라도 멈춰세워 물건을 팔려는 상인들이 각각 워밍업을 시작하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다. 우리도 제대로 호이안을 한 번 돌아보기 전에 워밍업 차원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마치 차가운 물에 들어가기 전에 물을 살짝 뿌리듯이 호이안에 빠지기 전에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다.
호텔에 나오면서 예상한대로 각 커피숍과 레스토랑에서 나온 호객꾼들이 우리를 보면서 '마사지, 커피, 반미'란 단어를 골고루 귀에 꽂아준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호객행위도 하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커피숍이었다. 아주 약하지만 강한 펀치를 날리기 위한 가벼운 잽을 툭툭 던지는 관광지의 워밍업이 시작되었다.
어느 동네 어떤 시절이든 학교에 준비물 안가지고 오는 애들은 꼭 있고 그들에게 긴급구호품을 전하듯 문방구를 파는 상인은 꼭 있다. 내가 초딩때는 학교 앞 문방구 가게 아줌마가 내 근심을 없애주는 분이었는데 쟤들에게도 같은 의미겠지?
간간히 지나가는 관광객을 호객하는 소리 외에는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정말 조용한 도시의 아침이다.
물가를 따라 걸으면서 어디가 좋을까 슬쩍슬쩍 가게를 확인하다 11 커피 (11 Cà phê) 앞에서 이 커피숍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커피숍 앞에는 지나가실 분은 조용히 지나 가시라는 것처럼 아무도 있지 않고 커피숍 안에는 노트북을 두드리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이 있다. 꽤 어려보이는 바리스타는 러시아 사람처럼 미소를 보이지 않으며 커피를 내린다. 마치 '시크함이 없으면 커피에는 풍미라는 것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가게의 마스코트인 리트리버는 바닥에 엎드려서 누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자며 11커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빵 진열대 뒤로는 가게 주인 가족들이 머무는 방과 부엌이 나온다
아마 블라디보스톡이나 시베리아쪽에서 커피를 배워온 것이 틀림없다
대부분의 손님은 이 녀석때문에 가게에 들어오지만 아이가 아닌 이상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개는 주인을 닮는다더니
27000동. 약 1400원이면 커피 한 잔을 먹으며 호이안을 바라볼 수 있다
11커피에는 여행하면서 두 번 방문하였는데 첫 날은 정신을 차릴려고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둘째날은 베트남에 왔는데 베트남 커피를 먹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 (제가 만든 예의입니다) 카페덴을 with ice로 주문헀다. 다른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내 인생에는 두 종류의 커피가 있다. 쓴 커피와 신 커피. 이 집은 쓴 커피이다. 베트남 커피가 전부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쓴 맛이 강하여 천천히 음미하기 좋다. 독특한 점은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면 얼음과 커피를 따로 주는데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다. 커피가 묽어질까봐 걱정할 것도 없이 적당량만 얼음에 붓고 시원하게 만든 뒤 한 입 홀짝 먹거나 반대로 커피에 얼음 조각 하나를 퐁당 넣어서 온도를 맞출 수도 있다. 왜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을까 매우 감탄하고 있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설거지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아주 강력한 단점이 존재했다. 설거지를 두 배로 하더라도 따로 제공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전국 알바노조에서 뭐라 하려나...
이 귀여운 친구 이름도 못 물어봤다. 우리 둘에겐 그냥 "똥개"라고 불린 강아지는 이렇게 잠만 자다가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을 던져주면 신나서 뛰쳐나간다. 여기를 방문해서 얘랑 놀고 싶으면 우선 더러운 공부터 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