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피곤한 하루를 보내서인지 꿀잠을 넘어서 눈을 잠깐 감고 떴는데 다시 아침이다. 만화에서나 나올 온 몸에 연기가 나면서 녹는 그 몸뚱아리가 지금 내 상태이다. 오늘 다낭으로 가야하는데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하는 나와는 달리 눈 뜨자마자 잘 잤냐는 인사대신 "밥 먹자"로 시작하는 20년된 내 친구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좀만 더 잘게..." 하고 이불 속으로 숨자마자 "그럼 난 쌀국수 달라고 그래야지!" 하고는 조식을 먹으러 간다. 너가 최고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서 짐을 싸서 갈 준비를 한 뒤 11커피에서 커피를 마시며 집 나간 영혼을 찾아오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돌아올 기미가 안보인다. 친구는 아침을 굶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계속 뭔가 먹자고 한다. 사실 입맛이 전혀 없는 상태라서 그냥 주스나 탄산같은 음료가 필요했지만 계속되는 성화에 애플망고를 하나 사 먹었지만 내 인생 최악의 망고를 먹어 입맛은 진짜 저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 때, 뭔가 비장의 무기를 꺼내는 것처럼 "나만 따라와"란 쌍팔년도에도 안 쓸 것 같은 대사를 치고는 달려온 곳이 반 미 푸엉이다.
집나간 입맛 찾아준다는 바로 그 곳
어제도 먹은 반미를 또 먹는다고해서 그게 그렇게 맛있냐고 되물었지만 이 집은 우리가 먹은 것과 차원이 다르다며 가는 내내 칭찬에 칭찬을 거듭한다. 누가보면 베트남 두 번 온 줄 알겠지만 얘도 반미라는 것을 베트남에서 처음 먹은 애다. 여튼 도착한 반 미 푸엉은 사람들도 가득차 있었다. 도저히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직감하고 길에서 쉬고 있는데 그 와중에 기다리고 기다려서 하나를 가져왔다. '정말 먹는 것에 대한 열정이란게 이렇게 표출될 수 있구나...' 하며 감탄을 나도 모르게 했다. "내 친구지만 정말 듬직하다. 눈물이 나오는 줄 알았네." 라고 영혼 1도 없이 말하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와! 진짜 이 집 반미는 차원이 다르다. 분명 설탕으로 뭔가 한 것 같은데 너무 달콤하고 입맛이 돈다. 그리고 빵이 다른 집 반미처럼 딱딱하지않고 아주 부드러운 빵을 사용한다. 그래서 식감도 좋고 목넘김도 아주 깔끔하다. 반미라는게 어찌보면 그냥 샌드위치라 몇 번 먹으면 질리는데 이건 질린 와중에 또 먹게 만드는 맛이다. 일단 여기 스타일은 단맛으로 무장했다. 그렇다고 아주 단 것도 아니고 정말 적당히 사람 기분 좋을 정도로만 달다. 하나를 먹으면 두 개는 생각이 나지 않는게 반미인데 이건 다 먹고나서 아쉬운 정도다. 이렇게 고퀄리티여도 당연히 가격은 저렴하다. 이건 외국인 상대로 만원씩 받아도 좋다고 먹을 것 같은데 천원에서 이천원이다. 생각지도 않게 블로그를 다 뒤진 친구 덕에 베트남와서 어제 오늘 정말 맛있는 것만 먹고 있다.
사람이 가득차서 밖으로 줄을 서있다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정말 별 것 없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