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끝나가는 2018년을 축하?하기 위해 아는 형을 만났다.. 워낙에 둘 다 굽거나 조린 생선 요리를 좋아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디 조림 잘하는 집 없나 생각하다 우연히 우리집의 젤 대빵인 김쉐프님 a.k.a 엄마에게 물어보니 한남동 순천향 병원 맞은 평의 제주식당을 소개해줬다. 한남동에 10년을 가까이 살았지만 가본적이 없는 곳인데 조금 검색해보니 거대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집이다. 순천향 병원 맞은편에 여기 사장님이 세운 여러 브랜드 음식점들이 줄줄이 있다. 사장님 이름을 딴 길이라는데 사실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마 이 가게 종업원들뿐일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사업수완이 좋고 성공한 요식업 사장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입구는 별 것 없어보였지만 들어가니 고급 레스토랑이다
검색해서 갈 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조그만 입구(심지어 쪽문이었다. 입구는 반대쪽에 훤칠하게 있더라)를 통과하니 왠 정원이 있고 그 정원이 등으로 반짝반짝거린다. 실내 인테리어도 별 것 없는 것 같지만 깔끔하다는 인상이 바로 느껴진다. 이렇다보니 "어? 여기 엄청 비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피셜로는 '둘이 3만원'이라고 했으나 실내가 3만원짜리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고등어조림 2인 38,000원 심지어 밥은 별도다
소주가 6천원!!
아.. 앉아서 물까지 받아 먹고 했는데 나갈수도 없고 "연말이니 크게 먹어보시죠"한 뒤 고등어 조림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고래식당과 비교하면 조림가격이 두 배 차이가 난다. 밥에 소주까지 먹으면 둘이 삼만원이 아니라 인당 삼만원이다. 이렇게 되니 "도대체 뭐 얼마나 잘 나오나 한 번 봅시다"라는 심정으로 음식을 기다리게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런데 실망이 되지 않는다. 고래식당이 맵고 짠맛으로 밥을 먹게 한다면 이 집은 단맛으로 밥을 먹게 한다. 전부 달 것 같지만 밑반찬은 간이 세지않아 먹기 편하다. 밑반찬을 밥처럼 먹고 고등어 조림을 반찬으로 먹으면 좋다. 많이 달달한 편이라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비싸다는 느낌이 강하게 받는다. 하지만 단맛에 적응한 일반적인 서울 사람이라면 맛있다는 생각만 가득할 것이다. 한 명당 딱 두덩어리다. 게다가 싼 생선인 고등어다. 그런데 뭔가 만찬을 제대로 먹은 기분이다. 가격을 보면 스테이크 하나니 제대로 먹은 기분이어야지.. 괜히 한남동 거리 하나를 자기 브랜드로 일렬종대 세운게 아니다.
비싼 가격때문에 회처럼 정말 비싼 입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고서 잘 구분을 못하는 음식은 이 집에서 시도하기가 참 힘들것 같다. 물론 활어회뿐만 아니라 주방장의 노하우가 매우 중요한 숙회도 팔지만 지금같은 연말에 한 해동안 정말 너무 감사해서 뭐라도 사주고 싶은 중요한 분에게 크게 대접할 상황이 아니라면 쉽사리 먹지 못할 것 같다. 주위를 쓱~ 둘러봤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회를 먹는 것으로 봐서는 확실히 회가 주력이다. 오늘은 고등어 조림만 먹었지만 다음에는 숙회든 회든 꼭 먹어봤으면 좋겠다. 내 돈 말고 남의 돈으로...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는 평가는 꽤나 오랫만에 한 것 같다. 그정도로 맛은 상당하다. 물론, 가격도 상당하다 못해 메뉴를 10분가량 계속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