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훌륭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저녁을 꽤나 괜찮은 것을 먹으려 했지만 의외로 오늘 문을 연 곳이 없다. 그렇게 30분을 강남바닥에서 헤매이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한 형이 무당한테 귀신 온 듯이 갑자기 '갈 곳이 있다'라고 중얼거리고 진미 평양냉면 집으로 왔다.
한 번도 먹어본적은 없지만 평양냉면 매니아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해서 이름은 들어본 곳이다. 유명한건 익히 들어서 알겠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늘처럼 얼어죽을것 같은날에 무슨 평양냉면인지 아리송했다. 그런 약간의 실망감을 바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바꿔주는 메뉴를 외쳤으니 바로 태어나서 처음들어보는 '어복쟁반'이란 음식이다.
소주도 그렇고 음식 가격이 대부분 다 비싼편이지만 여기가 강남 한복판인 것을 잊지말자
시간이 좀 지나고 한 눈에 봐도 뭔가 큰 것이 왔다. 절반은 고기요 절반은 야채인 것이 왔는데 보자마자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시각적으로는 매우 좋다. 냄새와 차려진 상만으로 소주를 반병을 비울 수 있을만큼 먹기 직전의 퍼포먼스는 상당하다. 서빙을 해주신 분께서 조선족 말투(사실 북에서 오신 분일지도 모른다)로 음식이 어느정도 익혀 나왔다고 조금만 더 익힌 뒤에 먹으라고 하신다. 이북식당이라 그런지 조선족분들의 말투가 오히려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올려준다.
음식이 대충 익고 한 점 먹어보니 '아! 이건 최고의 소주 안주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북에서 오신 분이 차린 가게인지 모르겠지만 찾아보니 평양면옥 주방장님이셨던 분이 하시는 집답게 확실히 이북음식의 포인트는 잘 알고 계신 것 같다. 집이 이북에서 온 집이라 가끔 밍밍하다 싶을 정도로 간이 없이 먹는 만두나 국을 먹은 적이 있는데 딱 그런 맛이다. 하지만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믿을만한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밍밍함이 사실은 소금을 엄청 때려박은 것이므로 먹고난 뒤에 소주가 아주 맛깔나게 들어간다. 정말 2018년을 마지막으로 보내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이다.
특별주문한 것같은 어복쟁반용 그릇. 이 놋쇠쟁반도 필수적인 요소다
소고기가 맛없기 쉽지 않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 어복쟁반은 이북음식 중에서 평안도쪽, 그러니까 평양냉면을 파는 곳이라면 다들 판다고 한다. 그런데 그 스타일이 각 집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알아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한다. 오늘 먹은 진미 평양냉면의 어복쟁반은 면은 적고 야채가 많아 고기와 함께 먹는 식감이 좋았다. 그릇은 얇은듯 보여 실망했지만 먹다보니 의외로 많은 양이 들어있다.
언제 또 올지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몸에 에너지를 끌어 올리고 싶을 때 오면 좋을 것 같다.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이 집의 메인이니 평양냉면도 한 그릇
201년 7월이 되어 다시 찾은 진미평양냉면
수육은 여전히 맛있고 소주에 기가막힌 조합도 그대로다
배가 너무 불렀지만 저번에 먹지 못한 만두를 먹었는데 이북식 만두라기엔 맛이 심심하지 않고 간이 되어 있다. 소문대로 엄청 맛있다.
같이 간 분이 평냉은 맛없어서 안먹는다고 하셨는데 이건 맛있다고 후루룩 드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