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으로 호텔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된 9시가 되기 전에 "룸서비스"를 외치며 로버트가 들어왔다. 다른건 모르겠고 첩보영화 찍듯이 몰래하는 맛이 너무 좋다. 호핑투어 시켜줄 택시 (정확히는 트라이시클, 오토바이에 승객을 태울 자리를 추가한 동남아에서만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 왔다고 한다.
생각보다 인상이 무서운 아저씨가 운전을 했는데 자리가 워낙 좁아 그런걸 생각할 새도 없었다. 출발할때는 십 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30분을 넘게 달린다. 이 작은 트라이시클에서 덜덜거리는 충격과 독한 매연을 마시며 30분을 버티니 이게 잘 섭외한건지 의심이 되기 시작헀다.
하지만, 아저씨는 매우 친절했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우리가 호핑투어를 잘 할 수 있게 신발이나 고글을 확인해주고 부족한게 있으면 렌트하우스에 들려서 빌리게 하였다. (응!?) 거의 준비를 다 해온터라 신발말고는 딱히 빌릴것이 없었다.신발 빌리고 가자고 하는데 모두들 빵은 꼭 사야한다면서 빵을 안사면 안데려다 줄 것처럼 적극적으로 빵을 권유한다. 뭔가 미심쩍었지만 둘이 신발이랑 핀 빌리는데 8천원밖에 하지 않았고 삼백원정도하는 빵이라 '뭐지?'하고 샀는데 정말이지 이 빵 없었으면 호핑투어 재미없을 뻔했다. 가는 곳마다 빵만 뿌리면 온동네 물고기들이 다 나한테 와서 내가 굳이 물고리를 쫓아 다닐 필요도 없다. 다른 나라 애들도 부러운 눈빛으로 "아 나도 저거 하나 사왔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는게 보일 정도다. 고작 빵 하나긴 하지만 다른 필리핀 동네랑은 다르게 여기 사람들은 뭐랄까 좀 순수하고 진짜 여행을 잘하고 놀았으면 하는게 느껴진다.
좌 매연 우 태양과 함께 30분을 달린다
선착장에 도착하고 그냥 출발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절차가 꽤나 복잡하다. 이름 적고 여권번호 적고 환경세같은 것도 내고 난 뒤에야 보트를 배정받았다. 환경세 내고 보트 예약하는 곳과 결제하고 실제 보트를 배정 받는 곳이 달라서 (심지어 바로 옆인데) 왜들 이러나 싶기도 하다. 배를 배정받을 때까지 또 10분에서 20분은 기다린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배를 배정받았는데 우리만 쓰는 보트다. 단체 보트일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비수기인지 배가 비나보다.
배의 선장은 우리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준 뒤 배가 가는 목적지를 확인했다. 우리는 스타피쉬, 루리, 카울리섬을 선택했는데 도착하고 1시간 정도 놀고 더 놀고 싶거나 일찍 가고 싶으면 배로 와서 이야기해주면 된다고 한다. 꽤나 쿨한 비즈니스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첫번째 목적지인 스타피쉬 섬에 도착했는데...
스타피쉬섬
이 형들 왜 여기 있지
스타피쉬 섬은 생각보다 별로 볼게 없다. 뭐랄까 워밍업하는 느낌이랄까. 물에 들어가서 놀기보다 음료수 하나 마시면서 "아이구 좋다~"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들이 있긴했지만 우린 사진 몇 장 찍고 끝나버렸다. 그렇게 짧게 한 30분만 구경한 뒤에 바로 다음 섬으로 이동했다.
루리섬
루리섬에 오니 물 속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가장 중요한 "밥집"도 보인다. 아까 스타피쉬섬보다 풍경도 더 예쁘고 에너지도 넘친다. 이번에야말로 스노쿨링을 해봐야지 했지만 뱃속에서 음식물 넣으라고 요동을 치는 바람에 먹고 시작했다.
뭐 그렇다고 한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아쉽게 먹을만한 맛은 아니다. 먹을 것을 싸오는 것을 추천한다.
유일하게 이건 맛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도통나지 않는다.
빵으로 이 구역 인싸가 되어도 보고 다이빙하는 곳에서 다이빙 후 등짝에 시뻘겋게 훈장도 달았다. 물고기가 생각보다 적지만 그 와중에 큰 애들이 한 둘 섞여있어 재밌다. 루리섬에 오니깐 물놀이하는 재미가 있다.
한시간 넘게 있었을까 약속된 시간이 되서 보트로 돌아갔다. 이 아저씨들 밥은 먹고 일하는지 먹을 것을 사줘야하는지 물어봤더니 먹었다고 괜찮다고 한다. 마음이 쓰였지만 이제 섬 하나 남았으니깐. 마지막 카울리 섬으로 이동.
카울리섬
스타피쉬가 사진 촬영, 루리가 스노쿨링에 최적화 되어 있다면 카울리는 모든게 완벽한 섬이다. 섬 가운데에 바도 있어서 음료도 다른 섬과 다르고 음식도 더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 스노쿨링할 곳도 있지만 가족단위로 물놀이하며 놀기 좋은 바다다. 카약같은 것도 빌려주는 유일한 섬이다. 딱 한 군데 가야한다면 난 카울리섬이다.
섬마다 이렇게 간판을 세웠다
모든 섬을 다 돌고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왔더니 3시반이다. 아저씨가 4시에 오기로 해서 멍 때리며 기다리니 모기에 와장창 뜯겼다. 이렇게 돌아다닌 금액이 1100페소 한국돈으로 약 24,000원이다. 확실히 싸긴 싸다. 안에서 먹는 뷔페가 6,000원 정도고 레모네이드 같은 음료가 2,000원 정도이다. 가격은 확실히 싸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에서 비슷한 것을 찍은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