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냉면 한그릇 먹으려면 기본 만원은 훌쩍 넘는다. 거기다 이름 좀 있는 집이라면 만이천원은 기본으로 줘야 한그릇 먹을 수 있다. 도대체 왜이렇게 비싸졌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더울 때 한그릇 쉽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냉면이 아니다. 그래도 아직 가격을 적게 받고 영업하는 곳이 있는데 종로에 있는 유진식당이다.
나이든 사람은 여기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머리 하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은 종로 3가 탑골공원 바로 뒤에 있는 유진식당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하는 가게 중 하나다. 무려 설렁탕이 5천원이고 냉면이 8천원이니 유명세를 타는 가게들의 절반 가격이다. 자리도 얼마 없어 협소하고 줄이 길게 서 있기 때문에 무더운날 데이트 코스로 잡는다던가 하기에는 별로 좋지 못하다. 또한 노인이 많은 탑골공원 근처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귀도 어두우시고 반응도 당연히 느리기에 반드시 내려서 걸어가야한다.
면 삶는 기계는 어디가나 똑같은데 이 집에선 레트로 느낌이 물신 풍긴다.
월요일 휴무다.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도 존재한다. 가격은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저렴하다. 다만 그에 따라 서비스나 청결도가 함께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모든 냉면을 생각해 봤을 때는 특별히 맛있다는 것은 모르겠지만 8천원 냉면 중에서 최고의 맛이다
이 집 녹두전은 냉면 또는 설렁탕과 함께 꼭 먹어야 하는 별미다. 다만 기름기가 많은, 식용류 냄새를 싫어하면 싫어할 수도 있다
더운날 함께 자전거 탄 동생들을 위해 산 소수육. 돼지 수육이 좀 더 낫다는 사람이 많다
가격이 최대 장점인 곳이지만 맛이 다른 가게에 비해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외국 블로그나 책에 소개가 되었는지 외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다른 블로그나 댓글을 보면 불쾌했던 느낌과 수세미 조각이 나와서 기분을 잡쳤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건 종로3가의 어떤 가게, 특히 노인을 상대로 가게를 운영하는 곳이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80년 이전의 레트로한 느낌을 받으면서 가볍게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익선동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먹는 코스를 원한다면 점심식사 장소로 유진식당을 추천한다. 장소가 협소해서 4인 이상은 비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