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한 번 더 방문하고 먹은 것들.
이제 막 6월을 지났는데 날은 찜통 같고 월요일이라 왠지 모르게 힘이 없다. 점심을 같이 먹는 멤버들도 어깨가 축 처진 것이 뭔가 보양을 할만한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점심임에도 불구하고 큰돈 써서 입 맛이 도는 요리를 먹기로 하여 간 곳이 '마오'다. 마오는 이태원이 본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분점들이 꽤나 생겼다. 그중 오늘은 회사 근처인 서초점을 찾았다.
베이징 카오야, 베이징덕, 북경오리, 페킹덕 등 여러 나라 말과 여러 단어로 불리는 북경오리요리를 주로 파는 곳인 마오는 분점임에도 불구하고 들어가면 종업원들의 중국어 소리에 베이징 여행을 온 기분마저 든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보니 메뉴판에 떡하니 마오쩌둥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국 사람들이야 빨갱이의 두 번째 우두머리겠지만 중국사람들에게는 영웅 중에 영웅 아니겠는가. 물론 지금 중국이란 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별 감흥이 없지만 중국인이 마오쩌둥의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차렸으니 기대가 된다.
상해에서도 서울에서도 북경오리를 주문하면 정말 다이어트 심하게 한 오리가 항상 왔다. 사람 수도 네 명이라 주저없이 대자에 각자 먹을 식사류를 하나씩 정했다. 워낙 북경오리가 오래 걸리는 음식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20분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리고 난 후에야 오리와 같이 먹을 재료들이 서빙되고 마침내 북경오리가 서빙되었다.
북경오리가 나오고 이윽고 짜장면이 나온 뒤 물개박수와 사진 찍기 시간이 왔다. 그리고 마침내 한 점 먹으니 와! 진짜 살 것 같다. 닭보다 오리가 더 부드러운데 껍질을 바삭하게 만드니 딱 참숯에 구운 닭이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치킨이랑 비교가 되는 것 같지만 감히 치킨 따위랑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밀전병에 싸서 씹어 먹으면 멕시코의 퀘사디아를 먹는 것 같으면서 안의 내용물은 잘게 부서지지 않고 식감이 아주 좋은 오리가 씹힌다.
점심에 온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정말 시원한 맥주나 아니면 아주 독한 술과 함께 먹고 싶다. 이 가게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서빙하는 분들이 중국인이라서 그런지 정말 느긋하고 불러도 잘 안 오시며 음식이 서울 기준으로 정말 늦게 나온다는 것이다. 점심을 칼같이 지켜야 한다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가격이 점심치고는 상당히 비싸지만 분기에 한 번 특별한 음식이 생각난다면 마오에서의 북경오리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