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은 서울 자전거의 성지다. 주말에 그 시작이 되는 한남오거리에 있다 보면 정말 무수히 많은 자전거들이 지나다닌다. 나도 그중 하나로 로드 자전거를 타고 남산을 갔다가 다시 한남오거리로 돌아오곤 한다. 한남동은 10년간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던 곳이기도 하여 내게 특별한 곳인데 최근에 자전거라는 매개체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같이 라이딩을 하는 친구들과 남산을 다녀오고 나면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을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곧 포스팅할 "동아냉면"에 자주 갔지만 지금처럼 간절기가 되면 냉면을 먹기에는 조금 쌀쌀하다. 이럴 때 내가 추천하는 곳이 "호박식당"이다.
한남오거리 대로에는 한와담이라는 프리미엄 소고기집이 있다. 거기에 더욱 고급화한 것이 한와담 블랙이다. 이 지역에서는 꽤나 괜찮은 고깃집으로 통하는데 그 가게들을 만든 시초가 되는 가게가 호박식당이다. 내가 한남동에서 살 때만 하더라도 호박식당만 있었다. 당시에는 굉장히 유명해서 30분은 기본으로 줄을 서서 먹는 고깃집이었다. 오히려 그때는 지금 1시간은 족히 줄 서서 먹는 한남 한방 통닭집이 여유롭게 삼선 슬리퍼 끌고 가서 미리 구워진 진열된 닭 한 마리 사 가지고 집에서 야구 보며 먹던 시절이다.
호박식당의 주 메뉴는 야끼니꾸다. 일본식 소고기 조리법? 구이법?인데 한 번쯤은 먹어봤을 것이다. 고기의 맛보다 달달한 소스로 먹는데 재미난 것이 사실 이 단 고기를 맛있게 해주는 것은 파절임이다. 고깃집 간판에 고기가 맛있다고 쓴 것도 아니고 파절이가 맛있다고 써놓았을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사실이다.
마치 이 곳이 본점인 것처럼 썼지만 본점은 약수동에 있다. 포스팅한 가게들의 대부분이 본점인데 유독 호박식당만큼은 한남점을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라이딩 후에 먹기 좋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라이딩이 끝나고 나면 굉장히 배가 고프다. 남산이 그리 대단한 산은 아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남북을 돌고 다시 한남으로 온다면 꽤 배가 고플 것이다. 이럴 때는 역시 "고기"다. 배운 사람이면 흰쌀밥에 고기를 아구아구 먹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렇기에 본점보다도 더 귀한 한남점이다.
야끼니꾸도 결국 소고기이니 너무 바짝 익히면 맛이 없다. 적당히 씹힐 정도가 되면 고기를 먹고 파절임을 먹은 뒤에 밥으로 입가심을 한다. 평소에는 반대로 했겠지만 이 집은 이 순서를 추천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끼니꾸 말고 다른 것을 추가로 더 먹어보고 싶다 해도 참고 야끼니꾸를 조금 더 시킨다. 이 집은 야끼니꾸다.
그리고 반드시 술은 시키지 않는다. 진짜 제발 술 먹고 자전거 좀 안 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