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이 되면 쓰려고 아껴놓은 가게였는데 복날에 쓰는 것을 까먹고 애먼 11월에 방문하고 쓴다. 교대와 서초역 근처에서 삼계탕을 파는 집은 몇 군데 있지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두 군데 정도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늘 이야기할 3대 삼계장인.
개인적으로 삼계탕보다는 수비드 닭볶음탕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서 닭볶음탕을 먼저 이야기해본다.
수비드(sous vide)란 조리법이 갑자기 서울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수비드 머신도 잘 팔리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런 트렌드에 맞춘 것인지 아니면 예전부터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삼계장인에는 수비드 닭볶음탕이라는 어디 가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메뉴가 있다.
닭가슴살 부위를 수비드 조리법으로 아주 촉촉하게 만든 뒤 미리 끓인 닭볶음탕에 "얹혀"만 놓는다. 수비드란 조리법 자체가 수분을 많이 머금게 하는 조리법인지라 탕에 푹 넣고 끓이는 것은 비싼 돈 내고 망하는 지름길이다. 휘젓지 않고 그대로 살짝 끓인 뒤 국물과 야채를 개인 접시에 푼 뒤 닭고기를 하나 집어 찍어 먹는다. 소스에 찍는 것도 좋지만 닭볶음탕에만 찍어도 아주 맛있다. 시각적으로는 굉장히 매워 보이지만 그리 맵지도 않고 오히려 달달한 편에 속한다. 소주와 함께 먹으면 한 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니 최대한 음미를 해야 한다.
수비드 닭볶음탕은 점심에 먹기에는 조금 어렵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1시간이라는 식사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걸 맞춰서 먹기에는 조리시간도 길고 먹는 시간도 길다. 저녁에 여유롭게 먹고 마지막에 볶음밥도 먹으면 이것보다 더 나은 하루 마무리가 없다. (물론, 이러고 2차를 가겠지만)
사실, 이 가게의 메인 요리는 삼계탕이다. 근처 불로집이 2대이고 이 집이 3대이니 보양식 관련해서는 빠삭한 집안이다.
개인적으로 잣과 쑥을 싫어해서 항상 녹두 삼계탕을 먹는데 복날이 아니어도 자주 와서 먹고 싶은 가게이다. 물론, 말만 이렇지 가격의 부담이 너무나도 커서 1년에 세 번밖에 오지 못했다. (심지어 손님이 오셔서 갔다) 녹두 삼계탕은 녹두 때문에 텁텁할 것 같은데 텁텁함이 별로 없고 고기와 함께 먹은 뒤 김치로 깨끗하게 비울 수 있어서 한 그릇은 아주 쉽게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정통파 삼계탕은 아니지만 복날 3일 중에 하루는 여기서 먹을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