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터 팬케이크를 좋아해서 브런치를 파는 곳을 좋아한다. 당연히 나도 일반적인 한국인 남자인지라 팬케이크에 몇 만원을 내야 한다면 삼겹살에 소주나 매운탕에 밥 두 그릇이 떠오른다. 그럼 가격을 빼고 생각한다면? 팬케이크가 나오는 브런치가 훨씬 좋다. 어릴 때 신라호텔에 조식으로 나오는 팬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호텔로 가족여행 가자고 조를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이렇게 팬케이크를 좋아해서 서울에 유명세를 떨치는 브런치 가게에 가서 이런저런 팬케이크를 먹어봤지만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동안 팬케이크는 생각 안하고 살다가 앞에 여자친구가 있든 말든 코박고 흡입하는 팬케이크집을 찾았으니 바로 한남오거리에 있는 "팬케이크 오리지날 스토리"다.
가게가 정말 작아서 7개인가 8개의 테이블이 있고 그 마저도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차있다. 어떻게 보면 식사하기에는 정말 최고로 불편한 의자와 포메이션이지만 뙤약볕이 내리쬐든 추워서 코가 루돌프코가 되든 날씨에 상관없이 오픈 시간을 조금만 지나도 30분은 아주 우습게 기다릴 정도로 한남동에서는 이미 인기가 좋은 집이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을 하나 더 들자면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 한남동이 워낙 대사관도 많고 그래서 외국인들이 많지만 얘네들이 한남북엇국에서 밥 먹는건 아직 본적이 없다. 영국, 프랑스처럼 서유럽에서 온 것 같은 가족 테이블도 자주 보게되고 아랍권에서 온 것같은 가족들의 테이블도 자주 본다.
음식은 대체로 엄청난 고칼로리이다. 가족단위로 많이 오는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집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인 '낙타의 하루'가 애기들이 좋아하는 것만 모아놓은 대표적인 '애기애기한 입맛 메뉴'라서 일요일 아침 애들 밥먹이다 지친 엄마들이 오아시스 찾아 나온게 아닐까 생각된다.
팬케이크는 그 자체의 맛과 같이 발라 먹는 메이플 시럽이 중요한 음식이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리 못만들어도 메이플 시럽만 캐나다에서 잘 사와 강처럼 뿌려 먹으면 아무 불평없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팬케이크 맛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집과 아닌 집을 이야기할 땐 기준이 엄격해진다. 그 높아진 기준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팬케이크의 식감이다. 맛이 별로인 집들은 대부분 빈대떡처럼 팬케이크를 만들어서 퍽퍽한 느낌을 주지만 팬케이크 오리지날 스토리는 먹었을 때 촉촉하다는 느낌이 드는 팬케이크다.
오늘 주문한 메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메리칸 브런치 카테고리에 속하는 '낙타의 하루'와 여자친구가 주문한 '구운 사과와 바나나가 함께 한 팬케익'이다.
이 가게를 방문할 때 주의할 점이 두 개 가 있는데 하나는 위에 써놓았듯이 유모차를 안에 못들여놓기때문에 밖에 세워둬야한다는 것이고 (자전거도 길에 세워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주말이면 오후 3시에 닫는다는 것이다. 정말 브런치의 느낌으로 방문을 하는 것이 좋다.
+20190518
줄곧 방문을 했지만 업데이트를 할 생각은 못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사진을 올려보니 화질 차이가 엄청나다. 화질도 변하고 같이 오는 사람들도 변했지만 맛은 여전하다.
+ 202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