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웨이브에서 백종원이 참여한 냉면랩소디를 보면서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잠에 드느라 아주 힘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친구한테 연락해서 점심에 냉면에 소주 어떠냐고 연락하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공덕역으로 향했다. 서울의 다른 성공한 평양냉면 집들은 대부분 대로변에 있지만 1971년에 오픈한 을밀대는 역에서도 멀고 골목 안에 깊숙히 있다. 늦은 점심이라 사람이 없을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앞에 세 팀의 대기가 있었다. 다큐에서 촬영을 할 정도의 역사와 인기가 있는 노포라 당연하게 느껴진다.
냉면랩소디에서 백종원이 설명하는 것을 보니 냉면은 '선주후면'이라 하여 술을 먼저 거하게 마시고 해장으로 냉면을 먹는 것이라 한다. 요즘 생긴 말도 아니고 조선시대때부터 기생집에서 거하게 마시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먹는 야식이라니 전통문화를 체험 안할수가 없다. 그래서 냉면을 먹기 전에 수육을 하나 주문 하고 소주를 나눠 마셨다.
얇게 썰은 수육에 시큼한 파무침을 소스에 찍어 먹고 소주를 대낮부터 마시면서 느끼는 자유가 너무나도 좋다. 친구와 둘 뿐이었지만 저녁 6시면 코로나로 인한 인원제한에 걸린다며 말도 안되는 핑계로 낮부터 마시길 잘했다. 뒤에 나오지만 수육이 조금 가격이 버겁다면 녹두전에 소주를 가볍게 살짝 목이 타도록 마시면 좋다.
이제 취기가 조금 올라오고 목도 살짝 칼칼해진게 냉면 먹을 때가 되었다. 물냉 두 개를 시키니 꽤 시간이 지난 뒤에 나온다. 먼저 국물을 맛보고 계란을 꿀꺽먹은 뒤 면을 한 번 후루룩 마셔준다. 그리고 지단에 올라간 고기와 함께 먹어보고 식초를 조금 넣어보고 면 한 번 후루룩 마셔준다. 그리고 겨자, 고추가루 순으로 하나씩 넣으면서 맛을 본다. 한 번에 제일 좋아하는 맛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하나의 음식에서 여러가지 맛을 느껴보는게 내가 먹는 방식이다.
을밀대에 대해 조금 찾아보면 창업자가 자식들에게 물려주면서 고소가 오고가며 재판이 진행되었고 가게도 마포와 강남으로 나뉘어졌다. 그래서 을밀대도 하동관처럼 본점과 강남점이 다른 가게라고 봐야 한다. 그 외에도 화학적인 맛이 강하다고 쓴 책도 있고 맛이 오락가락한다는 평과 같은 논란이 있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닌다. 내 경우 대충 육수가 좀 다르네 정도만 알지 고기육수를 어디를 써서 만들고 MSG를 넣었는지 안넣었는지 나중에나 알기에 그런 코멘트들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냉면이 맛있는건지 술을 마셔서 맛있는건지 육수를 마시는데 시원함이 장난이 아니다. 이 집의 시그니처인 살얼음도 가슴 시원하게 해준다.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는 날에 술까지 먹으니 온몸이 냉면 육수를 빨아드리는 느낌이다.
녹두전은 그냥 먹으니 다른 집보다 조금 더 느끼한 것 같다. 그래서 단독으로 먹는게 아니라 소주나 맥주 또는 냉면이랑 꼭 함께 먹는게 좋아 보인다.
워낙에 평양냉면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데 그 중에서도 을밀대는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가게들 중에 하나다. 함흥냉면이나 막국수처럼 확실한 맛이 있는게 아니라 정말 은은한 맛을 내는 평양냉면이다보니 뭐가 맛있는지 그 기준조차 사람들마다 다 다르다. 냉면랩소디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무맛으로 맛을 내는 이상한 음식이다.
그래도 서울에 친구가 놀러와서 서울에서만 맛볼만한 음식이라고 한다면 평양냉면인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티비에 나온 노포로 유명한 을밀대는 소개하기 좋은 곳이다. 오래된 분위기에 먹고 홍대에 놀러가기도 좋은 곳이다. 다만 장소가 조금 협소하고 '선주후면'을 하기에는 점심시간에 방문하면 눈치가 상당히 보이는 곳이라 조금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