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오려고 새벽 첫차를 타고 비행기로 갈아탔는데도 9시가 되어서야 차를 받고 나올 수가 있었다. 아침식사로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각난 게 해물라면과 고기국수다. 해물을 좋아해 해물라면으로 마음이 기울어졌지만 유명한 가게들이 제주시내에서 거리가 좀 있어 제주시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기국수로 정했다.
고기국수 하면 가장 유명한 집이 "올래국수"인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방문했다. 유명세만큼이나 벌써 대기열이 폭발할 것 같이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마음은 급한데 주차를 할 곳은 없어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했다. 150m 옆에 주차장을 가라고 쓰여있는데 초행길이라 찾기가 어려웠다. 유료 주차장이 30분에 천 원이라 저렴하니 그냥 맘 편히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힘들게 이름을 올리고 30분 후에 오라는 말에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다. 친절한 것 같으면서 화가 많아 보이는 카운터 보는 아저씨와 내 이름이 불렸는지 안불렸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종종 보인다. 예약해주는 플랫폼 사용하면 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 드는 집이다.
어렵사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메뉴는 '고기국수' 하나라서 사람 수가 메뉴의 수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음식은 후다닥 나온다. 잠깐 벽 한자리를 가득 채운 유명인들의 사인에서 아는 사람들을 찾으니 조촐한 반찬과 국수가 나온다.
돼지국밥처럼 진하고 돼지 냄새가 많이나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국물을 한 숟가락 먹어봤는데 다행스럽게도 맑은 느낌의 국물이다. 향이 심하지 않으면서 적절히 기름진 느낌의 묘한 국물이다. 젓가락으로 슥슥 뭐가 들었나 저어봤는데 고기가 수육 한 덩어리를 다 넣은 느낌이다. 무슨 고기가 이렇게나 많은지. 가격을 올렸는지 블로그에서 본 8천 원이 아닌 8천5백 원인 가격이 찍혀있었지만 고기양을 보니 엄청 저렴한 느낌이다.
국수는 찰진 느낌도 아니고 흐물흐물한 느낌도 아니라 평범하다. 고기만 먹기에 재미없으니 같이 준 느낌으로 국수가 메인이 아니다. 거기에 김치가 유명한 칼국수집 김치처럼 맛있다. 상큼한 느낌보다는 조금 묵직한 느낌의 김치인데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절반정도 먹고 후추와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난다. 매운탕으로 바뀐 느낌으로 칼칼하게 먹으니 더 재밌다. 후추도 많이 넣으니 고기 맛도 더 진해진다. 이렇게 많이 먹으면 점심 어쩌지란 생각을 하면서도 젓가락과 숟가락이 멈추지를 않는다. 결국에 고기와 면을 다 먹고 김치까지 깨끗이 비운 뒤에 나왔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고기국수를 먹을 거면 이 집을 가라는지 이제 알겠다. 고기와 국물, 김치가 너무 인상 깊은 곳이다. 제주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들리거나 제주에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는 가게로 유명한 올래국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많았으리라. 회전율이 좋은 음식인데도 이 정도니 크게 크게 확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분점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