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서귀포 호텔 안에 있는 프립캠프를 잠시 사무실처럼 쓰고 있는터라 그 근방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오늘도 급히 밥을 먹고 회의를 해야 해서 근처 가게를 갔는데 의외로 괜찮고 상당히 독특한 가게다.
흔히 서양음식하면 이탈리안, 프렌치같이 지명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집은 독특하게 미트볼이 주메뉴다. 인스타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디가 "NICEMEATYOU" 다. 얼마나 미트볼에 자신이 있기에 그런지 한 번 들어가 봤다. (칠십리는 이 동네가 칠십리다)
가게 이름을 메뉴로 하고 있으니 이 집의 시그니처이겠다 생각돼서 칠십리 고기완자를 주문했다. 영어로 적힌 게 스웨디시 미트볼인걸 보니 인테리어들이 북유럽 느낌인 것이 조금 이해가 됐다. 가격은 비싼 편에 속하는데 미트볼을 직접 만들고 (제주 흑돼지를 쓴다고 해서 추측한 거긴 하지만) 흔하지 않은 음식이란 점에서 납득은 되는 가격이다. 서울에선 프랜차이즈 돈가스가 만원에서 이만 원까지도 봤으니 얼추 그 정도라 생각된다.
사장님 혼자 만들고 씻고 주문받고 서빙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지만 앞에 탁 트인 뷰를 보면서 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니 시간은 금방 간다. (사실을 말하자면 잠깐 보고 포켓몬 고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칠십리 고기완자를 대면. 기대했던 것보다 굉장히 깔끔하고 예쁘게 담겨서 나왔다. 접시 색깔과 음식도 잘 어울려진 게 먹기 전부터 기분을 좋게 한다. 최근에 먹은 음식 중에 인테리어, 접시와 음식이 가장 색감적으로 매치가 잘 된 음식 같다.
미트볼 맛은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맛이다. 맥주 말고 와인을 팔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혼자 운영하시는데 와인잔까지 다루려면 피로도가 상당할 거란 생각이 들긴 한다. 딱 한 알에서 아주 잠깐 비릿한 맛이 났지만 그 부분만 뱉어낸 것 말고는 완벽하다. 오뚜기 3분 미트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슨 미트볼에 돈을 그리 쓰냐고 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삼겹살 1인분을 먹는 것보다 식감이나 맛으로는 충분히 낫다. 급해서 막 들어와서 먹었는데 잘 걸렸다.
이 집을 방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시간. 일요일과 월요일이 휴무이고 11시부터 15시까지만 영업한다. 그와중에 라스트 오더는 14시 까지다. 코로나 때문인지 저녁 장사를 포기하였다. 서울 사람들이라면 "돈 벌 생각이 없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제주에 다녀보면 아주 잠깐만 영업하는 곳이 많다. 브레이크 타임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심지어 분식집도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서귀포에 와서 밥 먹으러 들어갔다가 나온 경우가 벌써 수차례다. 이 정도다 보니 문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20211117
역시나 오늘도 급히 회의를 해야 해서 후다닥 밥을 먹으러 왔다. 이번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토마토 스파게티. 메뉴 이름은 미트소스 스파게티다.
면이 베스트일 때보다 살짝 더 익힌 것 같지만 나는 이 정도로 못하기 때문에 말없이 맛있게 먹었다. 미트볼은 말할 것도 없이 맛있고 스파게티 소스도 정말 토마토와 고기를 잘 배합해서 가장 좋아하는 맛이다. 빵이 독특했는데 일반적으로 상당히 뻑뻑한 바게트 빵을 주는데 이 집은 굉장히 부드러운 바게트 빵을 준다. 잘 몰라서 바게트라 하는 거지 바게트가 아닌 것 같다.
오늘도 설거지 할 것도 없이 싹싹 먹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