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있으면서 올레길을 걷고 인증서를 받아볼까 하여 올레 수첩을 구매했다. 구매 후에 근처에 먹을 곳이 없나 찾아봤는데 뚝배기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바람을 뚫고 (제주 바람은 가끔 정말 무섭다 싶을 정도로 불 때가 있다) 방문했다.
이름이 삼보식당. 제주에는 삼다(三多), 삼무(三無), 삼보(三寶)가 있는데 이 중 삼보를 가게 이름으로 정했다. 가게 설명에 삼보를 가게에 유리하게 바꾸긴 했지만 다 자원에 들어가니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가게 외형만 봐서는 정말 맛있는 노포이거나 정말 별로인 집이겠다 싶을 정도로 오래된 느낌이 난다. 안에 들어가면 아주 최근의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외관보다는 훨씬 최근에 인테리어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기가 좋은 집인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단체 손님이 나가면서 덩달아 내 자리도 바로 나왔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뚝배기 하나에 만 육천 원이라 나갈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기왕 온 거 한 번 먹어보자는 생각에 전복뚝배기를 주문했다. 다른 가게들의 별점이 낮은 이유가 대부분 제주 특유의 툭툭 던지는 서비스인데 반해 이 집 별점이 낮은 이유가 가성비다. 메뉴판 보니 조금만 별로면 나도 별점 1점 줄 것 같다.
주방, 서빙 모든 곳에서 제주 방언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니 모두 제주분들이신가 보다. 외국인 같은 사람도 한 분 있긴 한데 긴가민가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 도착. 반찬부터 살짝 먹어보니 간이 적당한게 못하는 집은 아닌 것 같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를 보니 엄청 매워 보인다. 이거 망한 건가 하면서도 숨이 죽기를 기다렸다. 긴장한 채로 국물 한 숟갈 쓱 먹어봤는데 아 다행히도 맵지 않고 해산물 맛이 퍼지면서 시원한 맛이다. 어디 보니 미원 넣는다고 쓰여 있던데 미원이든 다시다든 뭐든 넣어서 이렇게 맛 낼 거면 대찬성이다.
전복을 건져봤는데 중국집과 겡이국에 있던 전복과는 확연히 크기가 다르다. 큼직한 전복 3개가 들어간걸 보니 점점 가격이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전복들은 냄새가 조금 났지만 이 집은 깨끗하게 닦아서 그런지 색도 연하고 맛도 잡내 없이 깔끔하다. 곁다리로 준 바지락도 큼직하다. 다만 홍합은 못 먹고 자랐는지 작다.
밥이랑 함께 먹다 보니 뚝배기 뚫리도록 밑바닥까지 긁어먹었다. 가격에 비해 확실히 양은 작지만 시원하면서 해산물 맛이 확 도는 칼칼한 국물 맛과 큼직한 전복들 때문에 먹고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