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중에 5번째 길을 걷다 보면 괜찮은 밥집이 얼마 없다. 위미항까지 가야 먹을 곳이 나오다 보니 점심 먹기가 애매한데 공천포식당이 점심을 해결하기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대안치고는 상당히 괜찮다. 가격은 좀 나가지만 재료를 보면 저렴하다 생각된다. 메뉴에 있는 것을 항상 주문할 수는 없고 계절에 따라 주문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전복물회. 아무래도 냉동보다는 생물이 맛있겠지란 생각에 전복을 주문했다. 한치물회는 계절메뉴라 메뉴에서 생물은 없어졌다.
잘하는 집에서 전복을 구워서 먹을 때는 말랑말랑했는데 회로 먹으니 의외로 딱딱한 식감이다. 바닥에 오이, 무, 미나리가 깔려있으니 한 번 휘휘~ 뒤집어준 후에 즐기면 좋다. 서울 사람들은 나처럼 국물이 굉장히 낯설 것인데 제주는 어디를 가든 고추장보다 된장으로 맛을 낸다. 된장이 서울처럼 진하지 않고 밍밍하다 싶을 정도로 부드럽다 보니 시원한 맛인데 맵지 않고 고소해서 벌컥벌컥 들이켜기 좋다. 그래도 밥을 국물과 먹어야 하니 들고 마시지는 못했다.
시원한 된장 베이스의 국물에 오독오독 씹히는 전복을 따뜻한 밥과 함께 먹고 부족한 짠맛은 어묵과 멸치로 채운다. 오이를 미리 뺐어야 했는데 깜박해서 싫어하는 오이가 한가득 남았다. 그래도 배부르고 나른해진다. 최근에 술을 안 마셨는데 뭔가 해장되는 느낌이다.
그 후로도 자주 갔지만 물회를 못먹는 애가 있어서 고등어구이는 처음 먹어봤다. 일반적인 고등어 구이다. 물회에 반찬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옆 테이블에 갈치찜을 먹고 있는데 별미 같아 보여 다음에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