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나고 시계를 보니 8시가 가까워졌다. 지금 사는 곳이 다 좋은데 배달이 안된다는 것과 주변 음식점이 8시가 되기 전에 이미 마감을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오늘 가는 동선제면가는 라스트 오더가 조금 늦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들어서면 여느 제주 식당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주문부터 키오스크를 통해서 해야하고 스테인리스가 아닌 도자기 그릇에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마샬 스피커부터 어느 하나 제주스러운 인테리어가 없다. 오직 메뉴 하나만 제주스럽다.
고기국수가 다른집과 비교해서 어떨까 궁금해서 1인 세트를 주문했다. 음식은 상당히 늦게 나온다. 우선 돔베고기와 만두부터 나왔는데 돔베고기가 여느 집과는 다르게 고기가 예쁘게 썰어져 있다. 제주시에 있는 올래국수나 다른 국숫집에서 돔배 고기를 먹으면 고기가 터프하다는 느낌이 들게 거칠게 썰어졌다. 하지만 여긴 아주 예쁘고 얇게 썰어져서 정갈하게 나오는 음식에 익숙한 서울 관광객이 와서 먹기 좋다.
돔배 고기를 몇 개 맛보니 고기국수가 나왔다. 흑돼지를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올래국수보다 덜 기름지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들어간 고기도 예쁘고 얇게 썰려있다. 여성스러운 고기 국수다. 양은 올래국수보다 확실히 적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다.
며칠 뒤 다른 국수도 궁금해서 몰망 국수를 주문해서 먹었다. 이 날은 전에 왔을 때보다도 더 늦었다. 거의 30분 넘게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오래 기다리고 먹은 몰망 국수는 해초가 많이 들어간 국물 때문에 건강하면서 숙취도 잘 풀리는 기분을 주는 음식이었다. 보말 같지도 않고 겡이국 같지도 않고 이상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오늘 나온 면은 밀가루 냄새가 정말 강했다. 면도 다 삶아지지 않고 나온 느낌이다.
관광객이 지나가다가 다녀가기에 부담이 없는 가게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예쁜 정원이 편안함을 준다. 들어가면 제주 점원들처럼 무심하지 않고 서울의 그 특유의 서비스 톤으로 안내를 해준다. 여성스럽고 예쁘게 썰린 고기와 반찬들은 거친 제주음식만 먹다 두들겨 맞은 입 안을 부드럽게 해주는 기분이다. 다만, 그날 그날 음식의 컨디션이 다른 것 같다. 웨이팅이 길고 주문이 밀리면 아무래도 음식의 맛이 떨어질 수 있는데 좋았던 날과 편차가 상당했다. 그래도 손님이 얼마 없는 날이라면 들려서 먹고 싶다.